도전은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로 향하고…대리운전·노가다 등 마다않고 꿈 좇아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겸 크로스오버 그룹 ‘레떼아모르’ 멤버 김성식의 별명 중 실력을 겸비한 감미로운 보이스에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 숨만 쉬어도 팬들의 심장이 유해해서 유죄라는 뜻의 ‘유죄식’이 있다. 그는 팬들의 마음만 훔친 게 아니다. 그의 미래를 내다본 이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한 작품 오디션의 지원자는 수백명. 이 중 한 명이었던 김성식의 끼를 처음 알아본 건 김문정 음악감독이었다. 비록 이들의 첫 만남은 무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그와 함께 오디션을 봤던 지원자는 “(김문정) 감독님이 김성식을 보는 눈빛이 달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오디션장에서 성사됐다. 앞서 참가한 오디션을 기억한 김 감독이 김성식을 먼저 알아봐 줬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도 “어디 갔다가 이제 왔느냐”라며 반갑게 맞았다.

뮤지컬계 ‘베테랑’ 감독이었던 이들은 김성식에게 ‘더 라스트 키스’보다 더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했다. 바로 ‘레베카’였다. 당시 작품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앙상블 ‘호리지’ 역이었지만, 이들의 한 마디가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됐다. 김성식은 “‘레베카’ 대본을 주시면서 내게 기회를 허락해주셨다”며 “김문정 감독님은 내게 은인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 두 작품 연속 앙상블, 감사하지만…‘나만의 길’ 개척하기 위한 도전

‘레베카’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김성식은 ‘닥터 지바고’의 앙상블 ‘일리아·얀코’ 역 이후 점점 더 큰 무대를 꿈꿨다. 2년간 앙상블로 달리면서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단 생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성식은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앙상블로만 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며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 나도 조·주연으로 올라가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나섰다. 동기와 스튜디오를 대여해 생애 첫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그 자료를 가지고 직접 뛰어다니며 자신을 홍보했다. 꿈을 좇으면서 대리운전·건설 노동자·백화점 판매원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OCN 드라마 ‘루갈’의 ‘황득구의 비서’ 역에 캐스팅됐다. 김성식은 “박성웅 선배님 옆에 딱 붙어있는 고정 단역이었다”며 “선배님은 내가 한 장면이라도 더 나올 수 있게 챙겨주셨다. 지금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 갈림길서 만난 ‘팬텀싱어’…자신감을 북돋은 ‘응원의 힘’

김성식은 ‘노래하는 배우’다. TV 속 자기 모습도 감사하지만, 결국 그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였다.

때마침 JTBC ‘팬텀싱어3’ 오디션 공고가 났다. 뮤지컬 대선배인 이광용(동국대 겸임교수)의 권유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어릴 적부터 소문난 ‘노래 잘하는 김성식’이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팬텀싱어1·2를 보면서 성악가나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들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소호와 (고)은성이의 클립 영상을 보면서 난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 없었다”고 했다.

주변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김성식은 “내가 뮤지컬 무대를 잠시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떠올렸다. 여기에 나가려고 그만둔 것이라고 깨달았다”며 “목표는 단 하나, 내가 혼자 노래하는 클립 영상을 남기는 것이었다”고 험난했던 도전기를 털어놨다.

예선에서 탈락할 줄 알았던 김성식은 첫 방송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더 라스트 키스-날 사랑할 순간’을 부르는 그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첫 번째 소원을 이뤘다.

반가운 이들과도 재회했다. 김성식의 노래를 들으면서 만족스러운 듯 리듬을 타는 김 감독의 모습이 포착된 것.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 감독은 “저런 친구들이 계속 뮤지컬 했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배우들은 저런 배우”라고 호평했다.

김성식은 “‘팬텀싱어’는 날 스스로 시험한 순간”이었다며 “(김문정)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저런 배우’는 한참 부족한 뮤지컬 배우지만, 진심으로 노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말씀을 새기며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행운의 여신’의 바람이었을까. 김성식은 “탈락 위기에서 패자부활 되고, 떨어질 것 같은데 올라갔다. (최)민철이형이 ‘얘가 또 나오고 있네. 또 나오고 있대’라며 형의 일처럼 기뻐해 줬다”며 웃었다.

목표로 향하는 계단을 한 단계씩 올라, 마침내 최종 12인에 선정. 평생 동료 ‘레떼아모르’를 만나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 그토록 바라던 주연으로 등극, 현재 뮤지컬 ‘마타하리’의 ‘아르망’으로 대극장 한 가운데 섰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