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국회의원들이 ‘요원’으로 변신했다. 국회의원 배지는 요원 배지가 됐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억지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풍자다.

졸지에 배우 이요원도 온라인상에서 깜짝 소환(?)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장면을 목도한 많은 이들은, 바이든·날리든 이후 제2의 국민 듣기평가가 시작됐다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끌어내어질 뻔’한 국회의원들은 날 선 비판과 함께 이를 풍자하는 사진·글로 유머 있게 대응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 요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한준호 의원은 “여러분, 설 명절 편히 쉬고 오십시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요원’ 한준호 국회‘요원’이 계속 지키고 있겠습니다”라며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사진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고양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도 지켜달라는 부탁과 함께 영화 찍는 줄, 영화배우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박주민 의원은 시민요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박 의원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저도 국회요원으로서 더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블랙요원’처럼 꾸민 박 의원은 “진짜 명함 바꿔야 하나…”라며 특유의 진지한(?) 고민도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의 풍자에 이어, 여당측 인사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헌법파괴적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도대체 요원이 누구냐. 요원이 군인들하고 경찰들이라면 자기들이 들어가 놓고 자기들을 끌어내라는 말이냐”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낸다면, 군인 요원들끼리 서로 뒷목 잡고 끌어낸다는 얘기냐. 군인 요원은 끌어낼 필요 없고 그냥 철수해라고 (김 전 장관이) 명령하면 되는 것”이라며 “바이든 날리면 시즌2에 국민이 불쾌하다”고 했다.

민형배, 이재정 의원은 재치 있게 국회요원증을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요원이 노출되어 위험하다”, “국회요원들은 앞으로 헬기도 타야 하고, 완전군장에 소총도 소지해서 국회에는 창문을 깨고 등원해야 한다. 야간에는 야간 투시경도 필수”라고 풍자엔 풍자로 응수하면서도 “국민은 국회의원을 뽑았지 국회요원을 뽑은적 없다”라고 현실을 개탄했다.

민주당 중진급 의원들도 국회요원에 동참했다.

정청래 의원은 “의원이 요원이면 계엄은 게임인가?”라고 반문하며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사진을 올렸다. 정 의원은 “국회요원 정청래입니다. 설 연휴 동안 대한민국의 안녕과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윤석열과 김용현의 말 맞추기는 지적수준을 의심케하는 저질 코미디”라고 날을 세우며 “국회의원인 줄 알았는데 국회요원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원 출신이니 국정원 요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냈다.

정치권에서 풍자 논란은 국·내외를 떠나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첨예한 대립속에 대리전 역할을 하기도 했고, 때론 주목받지 못한 사안이 풍자로 인해 주요쟁점이 되기도 했다. SNL과 같은 프로그램은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풍자와 유머로 풀어내며 인기몰이한다.

단 조롱은 풍자는 다르다. 조롱은 저급하게 상대를 깎아내리는 비인간적 행위가 들어가지만 풍자는 잘못된 점이 있으면 날카롭게, 그리고 재미있게 표현하며 사회적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국회 요원들이 다수 등장하며, 배우 이요원도 졸지에 소환됐다.

누리꾼들은 “꼼짝마! 진짜 요원이 나타났다! 이요원”, “세아이의 엄마 이요원을 끌어내지 말아주세요”라고 풍자를 이어갔다.

이요원은 지난 2003년 결혼후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한 방송에서 “2003년생 큰 딸, 2014년생 둘째 딸, 2015년생 막내 아들”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작품으로는 2022년 JTBC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이은표 역으로 출연했다. 2019년 ‘달리는 조사관’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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