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표독스럽다. 아무리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다. “너가 사람 죽였잖아”라는 쉽게 내뱉는다. 진실을 떠나 자칫 누군가의 영혼을 피폐하게 할 수 있는 말인데, 거스름이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SBS ‘나의 완벽한 비서’ 속 김혜진에 대한 설명이다. 헤드헌터 업체 커리어웨이 대표다. 박보경은 차갑게 낮춘 음성과, 차분한 톤, 도시적인 외형으로 무서운 김혜진을 만들었다. 김혜진은 한때 후배였으나 경쟁자가 된 피플즈 강지윤(한지민 분)에게 나타나 시도 때도 없이 거슬리는 말을 한다.
심지어 비서 유은호(이준혁 분)에게 “여자 보는 안목하곤. 이 여자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라며 무례를 드러냈다. 무례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다. 마치 무례로 무장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강지윤 뿐 아니라 소속 직원들이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인사권을 담보로 협박하는 것 역시 비일비재하다.
강지윤과 복잡하게 얽혀있다. 강지윤은 커리어웨이에서 근무할 당시 회사 내 부조리를 폭로했다가, 가까운 선배가 자살하는 일을 겪었다. 실제로 강지윤이 그를 죽인 건 아니지만, 오해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가까이서 목격한 김혜진은 진위 여부는 따져보지 않은 채 “강지윤 때문에 죽었다”는 말을 일삼았다. 아픈 곳을 찌르다 못해 “너는 사람도 죽이잖아. 당연히 무섭지”라며 사악한 말을 꺼내기도 했다.

강지윤은 커리어웨이를 떠나 새 회사를 차렸고, 김혜진은 커리어웨이 대표가 됐다. 본의는 아니지만 강지윤 덕분에 수혜를 입었는데도, 더욱 짓밟지 못해 안달이 났다. 실제 내 주위에 있는 인물이라면 치를 떨며 회피하고 싶은 인물. 피플즈와 동종업계 경쟁자라 사사건건 부딪힌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상대의 감정 따윈 의식하지 않는 힘이 있어 오히려 업무는 빠르게 처리된다. 그래서 더 만만치 않다고 느껴진다. 직장에서 종종 보이는 강력한 빌런이다.
그런 가운데 박보경은 인간미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김혜진에게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고고한 성격이라 딱히 액션이 크지도 않은 인물인데, 표정과 느낌만으로 실제 존재할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김혜진이 악의 축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터라 유은호-강지윤의 사랑을 더 응원하게 된다. 흔한 로맨스로 흘러갈 수 있는 ‘나의 완벽한 비서’에 강렬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극 중에선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악독한 인물이지만, 실제 성격은 ‘천사’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배우 진선규의 아내로도 알려진 박보경은 평소에는 누구보다도 인간적이고 선하다고. 이주래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선규씨나 보경씨나 부부가 똑같다. 매사 겸손하고 인간적이다 보니, 더 무서운 악인을 표현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