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뽀블리’가 사라졌다. 배우 박보영의 얼굴에서 사랑스러운 얼굴 대신 성숙한 여인이 보인다. ‘여동생’보단 업무 파트너 인상이 짙다. 벌써 데뷔 20년이 넘어 동안 이미지를 확 벗어던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에서다.

영화에 인생을 건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밸런스를 맞추면서도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영화 감독이 된 김무비를 연기했다. 마음과 달리 말을 톡톡 쏘아대는 성향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쌉T’(극히 냉정하게 말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을 MBTI T 성향에 빗댄 신조어) 성격을 갖고 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말투를 보인 박보영과 사뭇 다른 이미지다. 차가운 가운데 성숙한 여인의 느낌이 짙다.

박보영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 어두운 면을 거의 보여준 적도 없는데 ‘멜로무비’ 제안을 받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캐릭터가 왔는지 궁금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단 생각에 단숨에 낚아챘다”고 말했다.

‘멜로무비’에선 어엿한 여인의 향기가 풍긴다. 톤이 낮았고, 표정도 변화가 없다. 동그라마같은 귀여운 말투엔 뾰족한 날이 생겼다. 확 바뀌었지만, 박보영 자체의 호감은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 성숙한 이미지가 보인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멜로무비’는 빨리 공개됐으면 했어요. 제 눈에도 성숙해 보였거든요.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건 배우에겐 당연한 숙제죠. 계속 시도를 했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정신아’ ‘조명가게’ 모두 같은 맥락이에요. 흐름이 잘 타졌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김무비도 쉽게 받아들여진 것 같기도 하고요. 20년 동안 귀엽고 밝으면 지겹잖아요.”

로맨스 장인에 가까웠던 박보영이 오랜만에 사랑을 한다. 노골적인 감정 표현이 어렵다보니 우연을 가장해 관심을 드러낸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워낙 몽글몽글 예쁘게 피어오르는 감정 덕분에 미소만 번진다.

“‘멜로무비’는 취향을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가 나오잖아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사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연애 세포를 자극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부분 인물들이 성숙하잖아요. 배우는 점도 많고요. 저도 대리만족 많이 했어요.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제가 대사로 하면서도 듣는 쾌감이 있었어요. 이나은 작가님 글에 마법이 있는 것 같아요.”

‘멜로무비’에선 두 가지 사랑이 나온다. 고겸(최우식 분)과 김무비, 홍시준(이준영 분)과 손주아(전소니 분)다. 고겸과 김무비에 사랑스러움이 짙다면, 시준-주아는 매우 현실적이다. 7년 넘게 연애한 커플의 모먼트가 매우 담겨 있다. 박보영의 연애 방식은 어떨까.

“연애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굳이 제가 연애를 할 때는 정말 주아처럼 상대에게 맞춰줘요. 그래서 저는 주아-시준 커플에 더 몰입했어요. 특히 주아에게 빙의가 됐죠. 주아가 무턱대고 맞춰주는 행동을 사랑이 아니라고 깨닫잖아요. 저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죠.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노력했어서, 늘 후회가 없어요. ‘난 이게 힘든데 널 위해 맞춰주고 있어’라고 말하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면 헤어진 것 같아요. 어떡해요. 너무 힘든데. 이별하는 거죠.”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