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토트넘 홋스퍼와 손흥민(33)의 동행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클럽의 상징적인 존재로 활약했던 손흥민이지만, 구단의 기조 변화와 세대교체 움직임 속에서 점차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최근 구단이 손흥민과의 재계약이 아닌 1년 연장 옵션만 발동한 점, 그리고 그의 대체자로 보이는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점이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토트넘의 세대교체 움직임, 손흥민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영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의 공격수 에베레치 에제와 바이에른 뮌헨의 마티스 텔을 영입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이들은 모두 손흥민의 주 포지션과 겹치는 선수들이다. 특히 2005년생인 텔은 장기적인 대체자로 평가되며, 토트넘이 그의 완전 영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토트넘 수뇌부는 손흥민과의 장기 재계약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해 그의 계약 기간을 2026년까지 늘렸지만, 이는 장기적인 신뢰보다는 이적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다음 여름 이적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 손흥민 영입에 적극적… 현실적인 선택될까?

손흥민의 향후 행선지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영국 매체 ‘코트오프사이드’는 알 힐랄과 알 이티하드가 손흥민에게 5000만 유로(약 752억 원)의 이적 제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유럽에서 손흥민의 나이(33)를 고려했을 때, 5000만 유로라는 이적료를 지불할 클럽은 많지 않다. 사우디 클럽들이 높은 이적료를 제안한다면, 토트넘으로서도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손흥민의 계약이 2026년 여름까지 남아있지만, 내년 여름이면 계약 만료까지 1년이 남게 돼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손흥민, ‘베르통언 엔딩’ 맞이하나… 레전드의 쓸쓸한 퇴장?

과거 토트넘의 핵심 수비수였던 얀 베르통언의 사례가 떠오른다. 그는 8년간 팀을 위해 헌신했지만, 나이가 들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고 결국 계약 만료 후 팀을 떠났다.

손흥민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있다.

토트넘은 공식적으로 손흥민 잔류를 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행보는 다르다. 지속적인 대체자 영입 시도, 재계약 협상 지연, 그리고 사우디 클럽들의 관심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는 손흥민이 더 이상 토트넘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

■손흥민,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고 떠날까?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올 시즌 6골 7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공격 포인트를 꾸준히 생산 중이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아래서 그의 활용법이 점점 제한적이 되어가고 있고, 팀 내부에서도 기량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손흥민이 팀을 떠난다면, 마지막으로 유럽 무대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현재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16강에 올라 있으며, 비교적 수월한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손흥민은 자신의 마지막 토트넘 시즌을 최고의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결별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손흥민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점이다. 끝까지 유럽 무대에 남아 경쟁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것인지.

어느 쪽이든, 토트넘에서의 그의 시간은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