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형식을 따라가려면 환경,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

광주FC에 이어 전북 현대도 잔디 문제로 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게 됐다. AFC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전북과 시드니FC(호주)의 ACL2 16강 1차전 경기장 변경을 지시했다. 전북이 홈으로 사용하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전북은 급하게 용인미르스타디움을 대체 장소로 마련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광주는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의 리그 스테이지 3차전 경기를 용인에서 치렀다. AFC에서 제기한 잔디 상태 문제 때문이었다. 정확히 전북과 일치한다.

K리그에서만 벌써 두 번째 일어난 ‘잔디 사태’다. 홈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전북은 클럽하우스로부터 161㎞ 이상 떨어진 용인에서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이동 거리도 문제지만 전북 특유의 홈 분위기를 연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미르스타디움은 트랙이 있는 종합운동장이라 몰입도가 떨어진다. 트레이드마크인 ‘전주성’의 위압감을 통해 상대를 압박할 수 없게 됐다.

K리그 잔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팀이 AFC로부터 페널티를 받아서 그렇지 전용구장을 쓰는 대부분의 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수들도 앞다퉈 잔디에 불만을 드러낼 정도로 예민한 사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잔디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관리가 쉽지 않다. 광주는 긴 여름 동안 관리에 실패했고, 전북의 경우 한겨울 영하를 오가는 기후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K리그 내에서는 추춘제 전환의 속도와 대비 과정을 더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환하면 오히려 역효과,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K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는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이번처럼 망신을 당하는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일단 인프라를 최대한 갖춘 후 전환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장 지금만 봐도 조기에 부상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관중들도 추위에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 K리그는 2월 개막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