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오키나와=김동영 기자] “세상에 그냥 되는 게 어딨나.”

세상이 변했다. 선수생활이 길어졌다. 확실히 예전보다 현역 생활을 길게 유지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긴 듯하다. 세상에 그런 건 없다. 리그 전체로 봐도 큰형뻘인 KIA 최형우(42)가 일침을 남겼다.

최형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통산 2181경기 2442안타, 타율 0.310, 395홈런 1651타점을 기록 중이다. 2루타가 513개다.

통산 타점 1위, 2루타 1위다. 1600타점과 2루타 500개는 최형우밖에 없다. 볼넷도 1130개로 역대 3위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수 또한 역대 5위. 2002년부터 2024년까지 프로 커리어만 20년이 훌쩍 넘는다.

심지어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KIA 4번 타자 후보다. 2024시즌 116경기, 타율 0.280, 22홈런 10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0을 찍었다. 42세 시즌을 맞이하지만, 최형우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또 다른 ‘레전드’ 최정(SSG)은 “형우 형 타격을 보면 삼성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다. 타격 메커니즘이나 허리 회전 등이 똑같다. 진짜 대단하다. 그런 플레이를 보면서 ‘나도 기량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형우도 화답했다. “그런 얘기를 해줬더라. 고맙다. 깜짝 놀랐다. 엄청 친한 사이가 아닌데도 좋은 얘기를 해줬다. 후배들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대신 일침을 가했다.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얼마 전에 들은 게 있다. 몇몇 후배들이 안일한 생각을 하더라. 형들이 40살에도 좋은 계약을 따내는 것을 봐서 그런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형들이 한다고 자기들도 무조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 예전보다 선수생활을 오래 하는 건 맞다. 그러나 그냥 되는 것은 없다. 노력도 당연히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형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꼭 해야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막연히 ‘나도 되겠네’라고 하면 안 된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츠 과학이 발전했고, 구단의 관리 능력도 좋아졌다. 선수 스스로 오래 뛰기 위한 노력도 한다. 30대 초반이면 은퇴하던 시절에서 30대 중반 혹은 후반까지 생명이 늘었다. 최근은 40살 이후에도 잘하는 선수가 제법 된다.

그게 그냥 됐을 리가 없다. 피나는 노력은 기본이다.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많은 나이에도 좋은 계약을 따낸다. 어영부영해서는 불가능하다. ‘형들처럼’은 좋은 일이다. 정확히는 ‘형들이 잘하니까 나도 그만큼 잘해야겠다’가 맞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