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사계절이 와, 그리고 또 떠나.”
열 번의 ‘사계’를 지나며 태연의 목소리는 시간에 각인됐다. ‘태연 콘서트 - 더 텐스(TAEYEON CONCERT - The TENSE)’는 그 10년의 서사를 노래한 무대였다.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린 태연의 콘서트는 솔로 1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콘서트명으로 정한 ‘더 텐스’는 ‘시제’라는 뜻이었다. 공연이 지닌 각별한 의미를 아는 팬들은 3회 전석 가득 채웠고, 3만 명이 넘는 팬들이 태연의 시간을 함께했다.

태연의 솔로 시작을 알린 ‘아이(I)’의 첫 구절이 울려 퍼지자 객석은 즉각 반응했다. 팬들은 마치 10년 전 그날처럼 떼창을 이어갔고, 태연은 미소 지으며 “다 같이 불러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솔로 데뷔곡 ‘아이’에 이어 최신곡 ‘레터 투 마이셀프(Letter To Myself)’를 들려준 것은 10년 전의 시작과 현재의 태연이 맞닿는 순간이었다. 두 곡을 잇는 세월이 눈물처럼 차오르는지 팬들의 감격한 표정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곡마다 변화하는 색감과 연출이었다. 각 곡이 지닌 감성과 메시지를 색으로 풀어낸 무대는 관객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초반부는 금빛과 은빛이 어우러진 조명과 함께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핫 메스(Hot Mess)’에 이르러서는 강렬한 레드 조명이 무대를 불길처럼 감쌌다. ‘아이앤비유(INVU)’ 무대에서는 검은 날개가 공중에 떠오르며, 태연의 깊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마치 한 편의 서사를 따라가는 듯한 무대 구성은 태연의 음악 세계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태연은 ‘라이브 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완벽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디제스터(Disaster)’에서는 거친 감정을 온몸으로 쏟아내며 폭발적인 보컬로 무대를 압도했다. 라이브 밴드와 함께 어우러진 태연의 목소리는 단순한 가창력을 넘어 감정의 깊이까지 전달하며 관객들을 전율케 했다.

감성이 절정에 달한 순간은 ‘사계(Four Seasons)’.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계절을 다 주었다는 가사는 마치 팬들의 심정처럼 들렸다.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지난 10년의 계절을 모두 태연에게 바친 팬들이었기 때문이다.
태연의 목소리는 최고의 보답이었다. 1989년 3월 9일생, 생일을 맞은 태연에게 팬들은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고 태연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다”며 “앞으로도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그 순간만큼은 태연과 팬들 사이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무대 위에서 태연이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s)’를 열창하고, 팬들은 스크린에 흘러간 10년의 엔딩 크레디트를 지켜봤다. 그리고 태연의 진심이 담긴 한 줄의 자막. “Beloved S♡NE(사랑하는 소원).” ‘S♡NE’은 열 번의 사계가 바뀌는 동안 변하지 않고 태연을 지켜준 팬들의 이름이었다.

서울 공연을 마무리한 태연은 6월까지 타이베이, 마닐라, 자카르타, 도쿄, 마카오, 싱가포르, 방콕, 홍콩 등에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공연 말미 태연은 “서울 공연은 끝났지만, 앞으로 아시아 투어를 열심히 하면서 팬 분들을 만나고 돌아올 것”이라며 “이별이 있어야 다음이 있잖아요”라며 10년 전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더블 타이틀곡 ‘유어(U R)’로 대미를 장식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