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김혜성(26·LA다저스)의 도쿄행이 불발됐다. 하지만 이 결정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김혜성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개막 시리즈 대신 미국 애리조나에 남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LA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2일(한국시간) 공식적으로 김혜성의 마이너리그행을 발표하며, “그가 타석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성이 개막전 로스터에서 제외된 이유와, 이 결정이 앞으로 그의 커리어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 도쿄시리즈 제외, 이유는?

김혜성의 도쿄시리즈 제외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그는 시범경기 15경기에서 타율 0.207(29타수 6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613을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삼진 11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4개뿐이었다.

좌완 투수 상대 성적도 문제였다.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좌완 투수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6타수 무안타였다.

다저스가 이번 도쿄 개막 시리즈에서 상대할 시카고 컵스의 선발은 좌완 이마나가 쇼타와 저스틴 스틸로 전망된다. 두 투수 모두 좌타자 상대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가 0.90 이하일 정도로 강력하다.

결국 김혜성이 도쿄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된다고 해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했고,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 “벤치보다 실전 경험”…다저스의 선택은 합리적

다저스는 김혜성이 일본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것보다,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타석을 소화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로버츠 감독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김혜성이 최근 몇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속도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더 많은 타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역시 “다저스는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의 스피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네이션도 “김혜성은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구단은 장기적인 성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 다저스 내야진, 김혜성 없어도 문제없다?…과제는 타격 개선

다저스는 김혜성이 빠진 상황에서도 2루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MLB 전문 매체 트레이드루머스(MTR)는 “미겔 로하스, 엔리케 에르난데스, 크리스 테일러 등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2루를 맡을 수 있다”며 “필요할 경우 중견수 토미 에드먼을 2루로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즉, 다저스가 당장 김혜성을 주전으로 기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타격 개선이다. 시범경기 초반 그는 ML 투수들의 속구에 고전했다. 하지만 3월 들어 타율 0.333, OPS 0.945로 반등하며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상승세를 마이너리그에서도 유지한다면, 다저스가 다시 콜업을 고려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김혜성의 또 다른 강점인 멀티 포지션 능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다저스는 그를 2루뿐만 아니라 유격수, 중견수로도 테스트했다. 결국 김혜성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공격력을 끌어올린다면, ML 복귀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김혜성의 도쿄행 좌절은 단기적으로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일본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대신,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타석을 소화하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다저스가 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마이너리그에서 성과를 낸다면 시즌 중 콜업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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