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SM이 벼려낸 30년의 가치는 에스파에서 완성됐다. 150분간 보여준 콘서트는 왜 이들이 최정상 걸 그룹인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에스파는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앙코르 콘서트 ‘2024-25 에스파 라이브 투어–싱크 : 패러렐 라인–앙코르(aespa LIVE TOUR SYNK : PARALLEL LINE ENCORE)를 꾸렸다. 전날을 포함, 양일 공연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은 상태였다.

블랙에 금장으로 무장한 에스파는 ‘드라마’를 시작으로 ‘블랙 맘바’로 분위기를 한껏 달아올렸다. 초창기 칼군무보다 박자를 타고 여유롭게 안무를 구사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카리나는 공연 시작 20여 분 만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열정적으로 가창과 안무를 소화했다.

에스파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새롭게 편곡한 ‘솔티 앤 스위티’ ‘에너지’ ‘마인’ 등을 노련하게 소화한 뒤, 정반대 이미지로 나타났다.

화이트 드레스로 입고 나오자 ‘화이트 에스파’의 순수한 모습이 드러났다. 동작 하나하나를 할 때마다 환호성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비트와 킥드럼에 맞춰 절도 있는 안무가 계속됐다. 순백의 이미지와 고혹적인 붉은색 조명이 어우러진 ‘다이 트라잉’ ‘플라워즈’ 무대에선 에스파 특유의 깊이감 있는 무대가 더해졌다.

멤버들의 재치있는 멘트도 콘서트장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카리나는 “콘서트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 오늘이 투어 마지막 날이다. 처음과 끝을 서울에서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닝닝이 중국어로 인사하자 객석을 가득 메운 중국 팬들은 큰 함성으로 응원을 보냈다. 윈터는 “저희도 (외국어) 잘해요”라고 웃어 보였고, 카리나도 “다음 콘서트도 저희가 외국어로 할 것”이라고 질투 아닌 질투를 했다.

이어진 ‘자각몽’은 몽환적인 연출이 돋보였다. 의자에 앉은 채 좌우 리프트 무대 위에 고개를 옆으로 대고 엎드린 멤버들은 잠에서 깬듯한 모습으로 하나둘씩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핸드 마이크를 들고, 미디엄 템포의 노래를 부르자 가창력이 훨씬 더 돋보였다. ‘플라이츠, 낫 필링’ ‘베터 싱즈’를 부를 때는 안무에 가려 가창이 빛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솔로 무대는 에스파 개인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지젤이 핑크색 머리를 휘날리며 ‘도파민’의 무대 바닥 위를 쓸어내리는 듯한 엔딩 퍼포먼스를 할 땐 팬들 환호성이 터졌다.

카리나는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나타나 ‘업’의 힙합 비트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닝닝은 데뷔 때보다 한층 성숙해진 보컬로 ‘보어드!(Bored!)’를 능숙하게 불렀다. 핸드 마이크를 쥐고도 4인의 댄서들과 격한 안무를 소화하며 솔로 무대를 완성해 닝닝의 다음 솔로 앨범을 기대케 했다.

윈터의 가창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무대 위 대형스크린에 청초한 순백의 드레스와 노란색 머리, 붉은 립스틱을 한 윈터가 나타나자 가장 큰 환호성이 터졌다.

백 라이트에 그림자 실루엣만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 ‘스파크’ 인트로를 완성했다. ‘스파크’ 노래가 손을 많이 쓰는 안무가 많은 만큼, 윈터의 긴 팔과 곡이 잘 어우러졌다. ‘천수관음’을 연상케 하는 팔이 입체적으로 이어지는 군무로 환상적인 무대 연출을 했다.

서울 앙코르 콘서트로 두 번째 월드 투어의 막을 내린 에스파는 오는 19일 일본에서 개최되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재팬(Video Music Awards Japan)’,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파크의 유튜브 시어터에서 열리는 ‘빌보드 위민 인 뮤직 2025’(Billboard’s Women in Music 2025)’에 참석하는 등 ‘글로벌 히트메이커’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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