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달콤함과 씁쓸함의 경계에서 아일릿(ILLIT)이 정답을 찾았다.

25일 아일릿이 데뷔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신곡 ‘아몬드 초콜릿(Almond Chocolate)’의 중독성이 온라인에 번지고 있다.

‘아몬드 초콜릿’은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설레는 감정을 노래하는 곡이다. 말랑한 질감의 멜로디는 최근의 ‘이지 리스닝’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후반부에 배치된 멤버 원희의 ‘3단 고음’이 아련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평범한 고백송은 아니다. 아일릿은 이 곡을 통해 데뷔 2년차 걸그룹이 감정의 결을 어디까지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지 증명해낸다.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노랫말이다. 일본 오리지널 버전이 한국어 버전으로 재탄생하면서, 감정의 서사와 표현이 또렷해졌다. 동시에 아일릿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완성했다.

일본어 가사는 ‘최애’를 키워드로 삼아, 동경하는 존재로부터 ‘위안’을 얻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반면, 한국어 버전은 감정의 초점을 ‘나’에게 맞춘다. “넌 나의 치료제, 너무 귀한 존재”라는 첫 문장부터 감정의 확신이 곡을 이끈다.

일본어 가사가 ‘동경에서 사랑으로’ 진화하는 마음을 다룬다면, 한국어 가사는 ‘사랑을 자각한 나’의 고백에 가깝다. “작게 한 입 베어 물면 생각지도 못한 맛에 빠져들게 돼”라는 가사는 감정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은유했다.

인상적인 지점은 아일릿이 ‘럭키걸 신드롬(Lucky Girl Syndrome)’에서 반복 사용한 키워드 ‘럭키걸’이 ‘아몬드 초콜릿’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숨겨져 있던 네 모습 그걸 알아본 거야, 난 정말 럭키걸”이란 가사는 아일릿의 자기 확신과 긍정의 마인드를 의미한다. 동일한 단어를 재등장시키며 팀의 핵심 정체성을 이어갔다.

‘아몬드 초콜릿’은 감정을 언어로 시각화하는 아일릿만의 화법이 고스란히 담겼다. 데뷔 타이틀곡 ‘마그네틱(Magnetic)’에서 사랑의 감정을 ‘자석’에 비유한 것도 같은 장치다. 아일릿이 일반적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그룹에 머물지 않고, 감정을 언어화하고 정체성으로 치환하는 팀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음악방송 무대는 아일릿이 추구하는 색깔과 연결돼 있다. ‘아몬드 초콜릿’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확장해, 올화이트 룩을 중심으로 맑고 투명한 감정을 표현했다. 두건, 베레모, 플리츠 스커트 등의 아이템은 90년대 인기 걸그룹 S.E.S., 핑클 등을 연상하게 하면서 그 시절을 관통하는 순수한 감성까지 떠오르게 만든다.

‘하이브 막내딸’이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데뷔했지만, 아일릿이 1년간 걸어온 길은 확고하다. ‘슈퍼 이끌림’이란 키워드로 10대의 감정을 키치하게 노래했고, ‘럭키걸 신드롬’으로 행운의 주체를 내면으로 끌어왔다. 이번 ‘아몬드 초콜릿’은 사랑하는 이를 향한 감정을 가장 아일릿답게 그려낸 결과물이다. 감정을 언어로, 이야기로, 이미지로 풀어내는 아일릿의 방식이 정점에 도달한 순간이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