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요즘 영상 콘텐츠의 트렌드는 스피드다. 사건과 사건이 빠르게 이어져야 시청자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빨려든다. 누가 죽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소재가 될 때가 많다. 어떤 소재든 역동적이어야 한다는 추세다.

4월 극장가엔 트렌드에 역행하는 두 작품이 나온다. 바둑을 소재로 한 ‘승부’ 골프를 내세운 ‘로비’다. 바둑은 두뇌 스포츠고, 골프 역시 정적이다. 요즘 영화 소재로 쓰이기에 리스크가 있다. 그런데도 두 영화는 소재가 가진 단점을 장점으로 탈바꿈한 모양새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영화계 비수기로 꼽히는 ‘3말4초 보릿고개’를 흥행으로 넘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먼저 지난달 24일 개봉한 ‘승부’는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9단의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이창호(강훈/유아인 분)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내제자로 맞이한 조훈현(이병헌 분)이 이창호에게 패배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위트있으면서도 진실하게 풀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헌은 마치 조훈현이 된 것처럼 완벽히 변신했고, 유아인은 움직임조차 거의 없는 이창호의 미세한 떨림마저 낚아챘다는 평가다. 영화 개봉을 노렸다가 넷플릭스로 팔려간 뒤 공개를 앞두고 ‘유아인 마약 사태’가 터지면서 표류한 작품이다. 호재보단 악재가 많았음에도 6일 동안 약 76만 관객을 동원했다.

‘로비’는 배우 하정우가 오랜만에 연출가로서 나선 작품이다. 하정우가 골프를 즐기다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재밌어서 영화화로 이어진 작품이다. 골프채만 잡으면 180도 변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특유의 유머 감각을 녹였다.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친구에서 자신을 배신한 광우(박병은 분)에게 번번이 사업을 뺏기던 차에 정치권 실세 최실장(김의성 분)과 비리 장관 조장관(강말금 분)과 함께 골프 로비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2년 개봉한 ‘롤러코스터’가 가진 B급 코미디에, 하정우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운의 명작이라 불리는 ‘롤러코스터’의 정신은 계승하면서, 대중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하정우를 중심으로 박병은, 강말금, 김의성, 차주영, 곽선영, 이동휘 등 훌륭한 배우들이 매력적인 블랙코미디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한 영화관계자는 “‘승부’와 ‘로비’ 모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실험적인 선택과 장르의 매력을충분히 살렸다는 의견이 많다”며 “‘범죄도시’ 시리즈가 없는 4월은 늘 영화계 보릿고개였다. 올해만큼은 두 영화가 가뭄의 단비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