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마약사범들은 내부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기는 대가로 형량을 경감받는다. 대부분의 마약 수사는 정보를 건네는 속칭 ‘야당’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황병국 감독은 지난 2020년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새로운 소재는 곧바로 영화 시나리오로 이어지게 됐다.

영화 ‘야당’을 연출한 황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을 통해 진짜 마약의 세계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야당이 작업하는 방식은 물론 실제 마약을 한 사람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알게 됐다”며 “형사는 아무래도 합법적이다 보니 모습을 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제 마약을 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은밀하고 위험했다. 어렵게 만난 마약과 관계된 사람을 만나 취재하던 도중 실제 거래 현장으로 오인해 경찰서에 끌려간 사건도 있었다.

“제 얼굴을 보더니 ‘어어!’ 이러시더라고요. 소지품을 보니까 마약과는 관계가 없고, 주머니에 녹음기에 있는 걸 보더니 이해하긴 했죠. 그래도 마약 반장님이 ‘체포영장이 없으니까 오늘 소변검사는 못 한다’고 하셔서 제가 하겠다고 자청했죠.”

소변 검사를 하자 키트에 두 줄이 떴다. 음성이었다. 코로나 키트와 반대였지만, 두 줄이 뜨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황 감독은 “실제로도 두 줄이 떠서 깜짝 놀랐다. 세밀한 것들은 영화에 녹였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마약을 넘어 검찰과 정치권력에 대한 문제까지 건드린다. 검사 관희(유해진 분)는 대선후보 아들 조훈(류경수 분)이 마약으로 얽힌 문제를 번번이 풀어주는 대가로 검찰 고위직으로 승진을 거듭한다. 영화는 최근 정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황 감독은 “시나리오는 2021년, 촬영은 2023년에 끝냈는데 이렇게 주목받게 돼서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영화 속 관희의 검찰 사무실 벽면에 ‘소훼난파(巢毁卵破)’라는 사자성어를 배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둥지가 없어지만 알이 깨진다’는 뜻이다. 황 감독은 “법이라는 둥지가 부서지면 나라가 다친다. 지금 누군가가 부수고 있는지 누가 부수려고 하는지 관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의미심장한 당부를 보탰다.

끝으로 황 감독은 “우리 영화로 인해 마약에 관한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마약 전쟁에서 이긴 나라가 없어요. 우리나라도 마약사범이 해마다 더 늘어날 겁니다. 검거만 능사가 아니에요. 유일하게 포르투갈만 범죄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어요. 판매·유통업자에게 형량을 높이고 투약자는 국가에서 중독 치료를 받게 해요. 반면 우리나라는 약을 끊을 수 있는 곳의 접근성도 낮고 치료할 곳도 적어요.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