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박연준 기자] “6번타자로 나서야죠.”

여전히 팀의 ‘해결사’다. 욕심이 없다. 중심에 서기보다,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택했다. KIA 최형우(42)가 ‘6번타자’를 자청한 배경이다.

최형우는 2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 5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평범한 기록이지만, 유일하게 때린 안타 하나가 바로 이날 경기 결승타였다.

경기 후 만난 최형우는 “타격감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승리로 KIA는 시즌 11승12패, 승률 0.478을 기록했다. ‘5할 승률’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KIA는 시즌 초반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휘청거렸다. 흐름이 다시 상승세다.

최형우는 “사실 주변에서 우리가 ‘위기’라고 하더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김도영만 돌아오면 완전체다. 지금 이 정도 페이스만 유지하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시즌 중 타격 부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미리 겪는 시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팀 ‘중심’이 아닌 ‘받침’이 되고 싶다. “6번타자로 나서고 싶다”고 했다. 중심타자의 부담을 피하려는 게 아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다.

그는 “내가 4번을 계속 치면, 후배들은 준비가 안 된 채 갑작스럽게 그 자리에 서야 할 수도 있다”며 “지금부터 그 자리를 맡아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6번에 있으면 후배들이 부담 없이 자기 스타일로 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번타자’ 자리가 싫은 것도 아니다.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기고자 한다. “매일 치던 자리다. 나도 편하다. 팀을 생각하면 내가 물러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