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0년이다. 앞자리가 고스란히 바뀌었다. 2015년 4월 21일에 데뷔한 오마이걸이 10년을 꽉 채운 지난 20일 단독 콘서트로 팬덤 미라클과 만났다. 청순 아이돌의 아이콘이었던 오마이걸은 변함없이 풋풋하고 통통 튀는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었다.

팬덤명이 미라클인 건 꼭 우연이 아니다. 대기만성형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의 각인이 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미니 7집 ‘비밀정원’으로 음악방송 1위에 오르기까진 무려 1000일이 넘게 걸렸다. 오마이걸의 저력을 알아본 팬덤이 아니었다면, 발생하기 힘든 기적이었다.

누구보다 이 감동을 잘 아는 오마이걸이다. 2019년 첫 콘서트 이후 무려 6년 6개월만의 단독 콘서트다.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의 5000여석을 꽉 채웠다. 콘서트명은 ‘2025 오마이걸 콘서트 밀키웨이(2025 OH MY GIRL CONCERT Milky Way)’다. 스타인 오마이걸을 담은 은하 같은 팬들과 만남을 의미한다. 10년의 라포를 쌓은 관계여서일까, 객석과 무대는 따듯하게 연결돼 있었다.

감동에 보답하려는 오마이걸의 열정이 돋보였다. 첫 곡은 미니 10집 ‘클래시파이드(Classified)’였다. “더 웃게 해주고 싶어. 더 오래 알고 싶어. 좋은 것만 기억해 줘 나의 소중한, 너”라는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팬들에게 전하는 진심이다. 그리고 곧 오마이걸과 미라클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비밀정원’으로 향했다. 열기는 더 뜨거웠다.

첫 날 워낙 벅찬 감동 때문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는 오마이걸은 다소 차분하게 팬들과 소통했다. 유이는 “사랑하는 크리와 멤버들이 잘 버텨줘서 10주년을 맞이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공연에서 너무 눈물을 많이 흘렸다. 오늘도 크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고, 더 파워풀하고 열정적으로 무대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달려나갔다. ‘다섯 번째 계절’을 거쳐 ‘한 발짝 두 발짝’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또 다른 메가 히트곡인 ‘큐피드(CUPID)’와 ‘살짝 설렜어’로 달아오르게 했다. 데뷔한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한 ‘소나기’를 부른 뒤 신곡 ‘오 마이(OH MY)’를 공개했다. “오 마이 딥해”가 후킹이다.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팬들에게 전하는 곡이기도 하다.

오마이걸에게 또 하나의 변곡점은 엠넷 ‘컴백전쟁: 퀸덤’(이하 ‘퀸덤’)이었다. 오마이걸을 잘몰랐던 음악 팬들에게 얼마나 실력이 있는 걸그룹인지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퀸덤’의 최대 수혜자란 평이 나왔다. 이날 콘서트에는 검은 도복을 입고 흰 천을 휘날린 ‘데스티니(Denstiny)’와 댄서들을 좀비처럼 꾸민 ‘트와일라잇(Twilight)’ 효정과 승희의 ‘자강두천’ 보컬 승부를 그린 ‘게릴라’를 선보였다. 고음과 고음이 맞붙은 ‘게릴라’가 마무리 됐을 땐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미발표곡 ‘일기예보’를 공개한 뒤 ‘던 던 댄스(Dun Dun Dance)’와 ‘불꽃놀이’ ‘BUNGEE’ ‘퍼펙트 데이(Perfect Day)’ ‘넉넉(KNOCK KNOCK)’ ‘더티 런드리(Dirty Laundry)’ ‘B612’까지, 26곡 210분의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매력과 실력을 고루 갖춘 청순 아이돌은 10년이 지났음에도 변함없이 순수했고 예뻤다. 팬들도 이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고스란히 받았다.

이미 기념비적인 업적을 높이 쌓은 오마이걸.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며 미라클에게 전할 사랑을 예고했다. 변함없이 성장한 10년이 있어서일까, ‘일기예보’ 가사처럼 “어저께보다 더 눈부신 내일”이란 확신이 든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