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딱 20년이 지났다. 2005년 4월30일 KIA전을 앞두고 한 다섯 살 꼬마 아이가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을 ‘응원하던’ 아이는 커서 삼성의 ‘에이스’로 당당히 같은 마운드를 밟고 있다. 바로 삼성 원태인(25)의 이야기다.

원태인은 지난 2019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입단 첫해부터 선발로 나섰다. 26경기 4승8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성장 곡선은 꾸준했다. 매년 로테이션을 지킨다. 삼성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시즌엔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으로 다승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올시즌 역시 흐름이 좋다. 6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를 작성했다. 직전 등판 경기인 4월30일 문학 SSG전에선 7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승리는 아쉽게 놓쳤지만, 투구 내용은 훌륭했다.

매 경기 안정된 이닝 소화력과 꾸준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도 벌써 두 차례나 수확했다.

원태인은 17일 LG전부터 3연속경기 6이닝 이상 소화했다. 시즌 평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42는 리그 전체 투수 중 7위다. 삼성 투수진에선 외인 아리엘 후라도(2.27)에 이은 2위다. 원태인이 삼성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토종 선발 기근에 시달렸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의존하며 국내 자원은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원태인만큼은 예외였다. 고비마다 버텨냈다. ‘로컬 스타’라는 상징성을 넘어, 팀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했다.

2019 신인 1차 지명 당시 삼성 단장은 “우리가 지명할 선수는 이미 10년 전에 결정됐다”고 했다. 그리고 원태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시작점이 2005년 시구일지도 모른다. ‘신동’이라 했고, 꾸준히 성장해 당당히 삼성에 입단했다. 이젠 ‘에이스’다.

선발진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원태인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시리즈’에 선발 등판할 전망이다.

이제 그는 마운드 위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된다. 관중석 어딘가, 야구공을 꽉 쥔 어린이가 그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원태인의 투구는 단지 승리를 위한 공이 아니다. 또 다른 ‘야구 소년’이 꿈을 키우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