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기대가 컸다. 웨이브 킬러 콘텐츠란 말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내 최초 레즈비언 연애 예능이라는 파격 설정도 있었다. 시작부터 훈풍이 불었다. 관심이 모였다. 안타깝게도 곧 역풍이 불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너의 연애’가 시작부터 출연자 리스크에 휘말렸다. 새 얼굴이 가진 신선한 매력은 깨졌고, 출연자 개인의 논란이 앞으로 나왔다. 게다가 거부감이 큰 ‘성 상품화’가 소재가 됐다. 비난의 불길이 거세다.

‘너의 연애’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들의 진짜 연애를 담았다. 총8명의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첫 공개돼 바로 대중의 관심을 샀다.

국내 최초로 레즈비언의 사랑을 담았다는 점에서 출발과 동시에 주목받았다. 앞서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 ‘남의 연애’가 두 시즌 모두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터라 기대가 컸다.

예상대로 첫 회 공개와 함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너의 연애’ 관련 글이 가득 찼다. 출연자 7명의 신상정보 역시 빠르게 공유됐다.

관심이 모이자 어두운 단면이 드러났다. 출연자 리원의 과거 ‘벗방(벗는 방송)’ BJ 활동 이력이 공개된 것. ‘벗방’은 스트리머가 옷을 벗고 진행하는 인터넷 성인방송을 말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레즈비언인 척 한다는 ‘가짜 성 지향성’ 의혹이 제기됐다. ‘벗방’ BJ로 활동하던 중 남성과 수 차례 데이트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리원은 BJ 활동은 인정했다. 2016년부터 약 2년, 2021년부터 2022년 3월까지 4개월, 2024년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 총 3년 간 성인 콘텐츠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짜 성 지향성 의혹에 대해선 반박했다. 리원은 “저는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다. 중학생 때 처음 저의 성적 지향을 자각했으며 첫 연애 또한 여성분과 2년 6개월간 진지한 관계를 이어갔다”며 “이후 스스로를 부정하고 싶었던 마음에 여성과 남성을 모두 만난 적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또 다른 출연자 한결이 리원과 관련된 폭로에 나섰다. 한결은 리원으로부터 해외 여행 초대를 제안받았다고밝혔다. 한결은 ‘선 넘는 부적절한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마치 성적인 사안이 있는 제안으로 여겨졌다.

리원은 ‘부적절한 제안’과 관련된 주장은 전면 반박했다. 리원은 단순히 음식 취향이 비슷해 함께 여행가자고 했던 대화가 와전됐다는 의미다.

리원은 “저는 과거에 누구나 손가락질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고 해당 출연자는 아직 어린 나이에 이미지가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저와 엮이는 것이 두려웠을 수 있다”며 “그분이 말하는 ‘해외 일정’이라는 부분은 촬영 중 숙소에서 음식 취향이 비슷하다는 이야기 중에 그 나라로 여행 가자고 웃으며 주고받은 이야기였다”고 반박했다.

시작부터 꼬였다. 이제 막 첫 공개를 마친 ‘너의 연애’는 성 관념을 넘은 사랑 이야기를 의도했으나, 출연자의 과거 논란과 서로를 향한 저격전으로 빠르게 일그러졌다. 이슈몰이엔 성공했지만, 흔히 말하는 노이즈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다수의 비연예인들을 앞세웠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출연자 검증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철저한 출연자 검증에 대한 목소리가 몇 차례나 높아졌다.

‘너의 연애’ 제작진 역시 리원의 논란에 대해 “섭외 과정에서 총 3차에 걸친 심층 미팅을 진행하여, 출연자 각각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분을 확인하고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국내 최초 레즈비언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우며 화제성 몰이에 나선 ‘너의 연애’는 시작과 함께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성 상품화 행위에 거부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바라볼 수 없는 사안이다. 웨이브 최대 킬러 콘텐츠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