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스토리가 갖고 있는 힘이 있더라고요. 한평대군은 어떤 사람일까. 어린아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홍랑은 무슨 이유로 등장했을까. 이런 걸 궁금해하면서 보면 11회까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에서 재이 역을 맡은 조보아는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리즈는 멜로, 스릴러, 미스터리 복합 장르다. 그중에서 스릴러가 매력적”이라며 “캐릭터마다 각자 연민이 담겨있기에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탄금’은 실종됐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재욱 분)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이복누이 재이(조보아 분)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감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극 중 재이는 씨받이 밑에서 태어났다. 상단의 수장인 아버지 열국(박병은 분)은 친부이지만, 실질적인 상단 주인인 아내 연의(엄지원 분)의 눈치를 본다. 그 때문에 재이는 늘 짓눌린 인생을 살게 된다.
조보아는 “억눌리는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김홍선 감독과 이야기를 했다. 새엄마인 연의와 이야기를 할 때 손으로 팔을 짓누르면서 자해하는 설정을 만들었다”며 “속을 긁고 문드러지는 걸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본에는 없던 지문이었으나, 조보아의 제안으로 들어갔다.
재이가 빛난 장면도 있었다. 달빛이 내리쬐는 수영 신은 무척 아름답게 나왔다. 홍랑이 재이를 한눈에 반하게 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조보아는 “현장에서 물에 직접 들어가서도 찍었다. 수중 촬영장에서 가서도 추가 촬영을 했다”이라며 “빛에 비치는 물과 잘 어우러져 예쁘게 담아졌다.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이런 장면은 차곡차곡 쌓여 ‘탄금’의 미장센을 만들었다. 이는 비극적인 사랑으로 연결됐다.

“재이는 정말 비극적인 결말을 갖고 있는 캐릭터죠. 동생 하나만 생각하면서 핍박을 견디면서 살아왔어요. 그런데 그 동생은 유골이 됐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 이는 죽음을 맞이하죠. 재이만 살아남았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비극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을 들인 장면에선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았다. 조보아는 “어린 홍랑의 유골을 우물 속에서 찾는데,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었다”며 “시작하는 순간부터 너무 우울했다. 하루 종일 감정을 끌고 가느라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데뷔작인 ‘마의’(2012) 이후 13년 만의 사극이었기에 간절함도 컸다.
“그때 이후로 사극이라는 장르 무게감을 절실히 느꼈죠. 도전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작품에 임하는 무게감도 컸어요.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진 좋은 곳에서 촬영하는 게 힘들면서도, 몰입감도 높아지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렇게 어려웠던 만큼 한 번 더 사극에 도전하고 싶단 욕심이 생기게 만들어준 작품이었죠.”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