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강하늘과 고민시 주연의 드라마 ‘당신의 맛’이 매서운 맛을 보이고 있다. ENA가 채널 인지도가 낮아 시청률은 3.1%로 낮지만, OTT인 넷플릭스에서 순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 전 세계 84개국에서 톱10 안에 진입, 그중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태국 등 23개국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2위, 미국에서도 7위에 올랐다. 최근 인기 방영작인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JTBC ‘천국보다 아름다운’ SBS ‘귀궁’ 등을 다 제치고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신의 맛’은 무척 익숙한 맛이다. 식품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작은 식당을 인수 합병하는 ‘레시피 사냥꾼’이 된 재벌 상속남 한범우(강하늘 분)와 전주에서 간판도 없는 원테이블 식당을 운영 중인 똥고집 셰프 모연주(고민시 분)의 성장 로맨스다.

이런 익숙함을 고민시, 강하늘이라는 두 배우가 탄탄하게 연기로 풀어낸다.

범우는 외식업을 운영하는 한상그룹 재벌 2세다. 법인카드도 마음대로 쓰고, 벤틀리 같은 하이엔드 외제 차도 마음껏 탄다. 레시피는 돈을 주고 사 와서라도 성공하려고 혈안이 된 인물이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사태로 자리에서 밀려나 전북 전주로 내려온다. 자리에서 박탈, 법카도 정지되고 스위트룸에서 자다 하루아침에 여관방으로 내려앉는다.

연주와 범우의 첫 만남은 일종의 ‘혐관’(혐오 관계)로 시작한다. 범우가 자신의 레스토랑에 메인 메뉴로 염두에 둔 음식이 연주의 식당에 있다는 얘길 듣고 맛을 본다. 사진만 찍고 가려다 범상치 않은 섭산적의 맛을 보고 생각이 바뀐다. 레시피만 빼내려는 목적이었지만, 계약을 맺는다. 빚을 갚아야 하는 연주의 처지와 이걸 계기로 반전을 해야 하는 범우의 목적이 일치한 덕분이다.

고민시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이 작품의 킥이다. 정통 로맨틱 코미디는 사실상 처음이기에 새로운 모습에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무뚝뚝하게 전라도 사투리를 뱉는 모습과 반전되는 똘망똘망한 눈이 매력적이다. 강하늘과 투덕거리며 티키타카를 보이는 모습은 신선하다. ‘오월의 청춘’에서 로맨스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런 로코 장르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강하늘의 넓은 연기 폭 역시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최근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야당’에선 마약 브로커 역을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동백꽃 필 무렵’(2019)에선 경찰 용식 역을 연 넉살 좋게 연기했다. ‘당신의 맛’에선 날티와 촌티가 두 개의 매력이 합쳐진 모습이 나와 작품을 재밌게 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둘의 케미가 폭발하는 데는 김신록, 홍화연, 오민애, 유수빈 등 탄탄한 조연의 연기가 뒷받침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전주라는 지역을 토대로 베테랑 배우들이 다양한 에피소드에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갈등과 해소가 적절하게 제시되며 평양냉면 같은 심심한 매력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빠져들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