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지독하다’는 말이 따뜻하게 들릴 수도 있다.
요즘 코미디언 이수지에게 따라붙는 이 한마디는 농담이 아니라, 긴 시간 공들여 쌓은 결과에 대한 찬사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수지는 요즘 거의 매달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다.
“어릴 때부터 식당이나 카페를 가게 되면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습관이었죠. 그렇게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저걸 캐릭터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학창시절에도 선생님들 따라하곤 했는데,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그런 게 캐릭터 구현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슈블리맘’ ‘백두장군’ ‘상담실장’ 등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거기에 이수지 특유의 감정 해석이 더해진다. ‘슈블리맘’은 영유아 인플루언서를 패러디한 인물이다.
말끝마다 ‘예민한 우리 애’를 강조하고, 현실과 SNS 사이를 오간다. ‘상담실장’은 저음의 말투로 시술 상담을 제안하는 인물이다. 과장된 조언과 세밀한 표현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이수지의 캐릭터는 언제나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하다. ‘누군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따라붙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수지의 창작은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지만, 현실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SNL 코리아에서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 싸이, 김고은, 정유미 같은 배우나 가수를 패러디할 때, 음색부터 말의 호흡까지 분석해 무대에 오른다.
“지독하다는 이야기 듣기가 좋아요. 어떤 캐릭터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식으로 파고들거든요. 분석이 습관처럼 돼버렸어요. 짧은 클립 하나를 반복해서 보고, 음 높낮이, 템포, 리액션 타이밍까지 다 따라해봐요.”
그 결과, 올해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상을 수상했다. 이수지는 “남편이 먼저 축하한다고 안아줬어요. 제가 못 본 틈에 투표도 열심히 했더라고요. 응원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라며 웃었다.
“지금 인터뷰하는 이 순간도 ‘무슨 캐릭터를 만들까’를 고민해요. 길 가다가도 재밌는 말투나 상황을 보면 메모부터 해요. 현실을 비트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이니까요.”
단순히 웃기는 사람을 넘어서고 싶다는 이수지. 그가 꿈꾸는 역할은 말 없이 표정 하나로 감정을 전하는 엄마다.
“예전에는 웃기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엔 ‘불편하지 않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는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