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강윤식 기자] “8,9번타자가 제일 편하다.”
시즌 초반 롯데 전민재(26)가 한 말이다. 그런데 말과 다르게 1,2번에서도 편해 보인다. 최근 상위타선으로 나서 식지 않은 타격감을 뽐낸다. ‘복덩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두산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트레이드 직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올시즌 전민재는 현재까지 롯데가 낳은 최고 ‘히트상품’이다. 개막부터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팀 타선을 이끈다.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됐다. 여기서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하위타선(7~9번)에서 3할 타율을 넘긴다. 9번만 보면 4할 중반이 넘는다. 하위타선에서 이렇게 해주니 롯데 타격이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워낙 좋다 보니까 상위타선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정작 본인은 고개를 저었다. 전민재는 “욕심 없다. 8,9번이 제일 편하다. 나보다 기량이 훨씬 좋은 선수가 많다. 여기가 내 자리”라며 손사래 쳤다.

결과적으로 겸손한 말이 됐다. 헤드샷 부상 이후에도 꾸준히 타격감을 유지하던 전민재는 최근 조금씩 앞 타순으로 올라왔다. 결국 1,2번까지 왔다. 뜨거운 감도 여전하다.
롯데는 5월25~28일 동안 한화와 삼성에 3연패를 당했다. 처진 분위기에서 준 변화 중 하나가 전민재 상위타선 배치다. 30일 SSG전에 2번타순에 전민재를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때려낸 전민재는 이날 3안타 경기를 펼쳤다.
다음날 2차전에서 하나 앞으로 더 왔다. 시즌 첫 1번타자 출장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멀티히트로 맹활약했다. 롯데는 1-4로 패했지만, ‘1번 전민재’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경기였다.

롯데의 뜨거웠던 타격감이 최근 다소 식었다. 여전히 팀 타율이 2할 중반 이상이지만, 한창 좋을 때와 비교해 내려온 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연패도 경험했다. 그러면서 1위 LG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동시에 중위권 그룹에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전민재는 좀처럼 식지 않는 게 위안이다. 타순 어디에 놔도 제 몫을 한다. 심지어 상위타순을 맡겨도 흔들림이 없다. 롯데로서는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skywalk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