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아버지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혼란스럽고 괴로웠을까 싶어요. 당시 가세가 기울었어요. 집안 장사도 안돼 새벽마다 일용직 근로를 하러 나가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 집이 힘들다고 생각만 했어요. 진정으로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했어요.”

이제훈은 영화 ‘소주전쟁’을 촬영하며 아버지를 여러 차례 떠올렸다. 극 중 소주회사 국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종록(유해진 분)의 모습에서 아버지가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이제훈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종록처럼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에 마음이 많이 갔다”며 “유해진 선배와 이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소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최근 침체된 한국 영화계는 뼈아프게 느껴진다. 영화 ‘파수꾼’ ‘고지전’(2011)으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뒤 ‘건축학개론’(2012)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로 받은 기회가 많았기에 최근의 한국 영화 부진은 자신의 부채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제가 배우를 꿈꿨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한국 영화는 저에게 전부와도 다름없었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때만큼 지금 시대를 대변하는 작품이 있을까 부족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서 ‘소주전쟁’을 통해 호흡을 맞춘 유해진에 대한 존경의 뜻도 밝혔다.

이제훈은 “한국영화의 중요한 시절을 관통해 온 유해진 선배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함께 작품을 했다는 게 영광”이라며 “유재진 선배만큼 주변을 무장해제 시키는 사람을 못 만난 거 같다. 나도 저 형처럼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들고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되도록 OTT 플랫폼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 아직 영화가 주는 매력이 크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영화관이 주는 숭고함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큰 화면으로 2시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온전히 느끼는 곳이 극장”이라며 “잠시 휴대전화를 끄고 감동과 기억을 남기는 경험이 필요하다. 잠시 멈춤을 하고 다른 걸 하다가 다시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바쁜 촬영 스케줄 탓에 영화관에 자주 가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이제훈은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가 ‘야당’이다. 극장에 못 가서 의기소침해 있다”며 “영화관에 가서 작품을 봐야 극에 심취하고 자극도 많이 받는다. ‘저런 영화 찍고 싶다’며 흥분하고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요즘에 그러지 못해서 힘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말미 관심사는 ‘시그널’ 시즌2로 옮겨갔다. tvN 1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어느덧 20년이 될 만큼 세월이 흘렀다.

이제훈은 “김은희 작가가 10년 만에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쓴다는 게 꽤 부담됐을 것”이라며 “시즌1 16회 이후 스토리로 곧바로 이어진다. 대본을 읽는데 상상 이상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시그널2’는 저뿐만 아니라 출연한 배우, 작가 모두 마스터피스가 되지 않을까 각한다”고 말했다.

“정말 기대돼요. 너무나 행복하고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8회로 제작하고 있는데, 현재 60% 촬영한 상태예요. 저는 16회 했으면 좋겠는데 작가님 입장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내년 1월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