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그 누구도 이승철보다 뛰어날 수는 없다. 다만 아이유는 부활을 넘어서기 위한 리메이크가 아니다.

아이유의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이 발매 직후 엇갈린 반응을 마주했다. 특히 타이틀곡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를 둘러싼 평가는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아이유의 가창이 원곡의 감성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아이유가 원곡을 답습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활의 원곡은 이승철의 폭발적인 보컬을 앞세워 감동을 극적으로 이끌어낸다. ‘네버 엔딩 스토리’가 명곡의 반열에 오른 것도 이승철의 보컬이 가진 힘이 크다. 반면 아이유는 정제된 톤과 섬세한 편곡으로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아이유는 직접 ‘네버 엔딩 스토리’에 대해 “서동환 작곡가의 주특기인 피아노, 스트링 편곡을 기반으로 조금 더 몽환에 가까운 추억으로 재해석해 보았다”고 밝혔다.

재해석이다. 원곡과의 비교를 위한 ‘재현’이 아니었다. 아이유는 원곡의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새로운 시선으로 곡을 마주했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서서히 물들이는 방식으로 곡의 분위기를 바꿨다. 보컬 또한 고음보다는 호흡과 여백으로 세밀한 감정선을 만들어냈다.

아이유의 이러한 구상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분명해진다. ‘네버 엔딩 스토리’ 뮤직비디오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공식 오마주한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의 이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진관 주인 정원(한석규)과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백도, 갈등도 없다. 대신 켜켜이 쌓이는 두 사람의 시간을 통해 차분하게 감정을 끌어올린 뒤, 그 끝에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에 다다른다. 담담하되 묵직하게 울리는 명작이다.

아이유의 ‘네버 엔딩 스토리’ 역시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결을 따른다. 감정을 격정적으로 끌고 가려는 흔적은 없다. 한 걸음 물러선 거리에서 천천히 감정을 흘려보낸다. 원곡의 고조된 정서와는 차이가 있다. 아이유의 ‘네버 엔딩 스토리’가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할 때 더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다. 음원 청취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아이유만의 감정선은 영상과 맞물리는 순간 명확해진다.

결국 ‘꽃갈피 셋’은 원곡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아니다. 이승철처럼 부르는 것도, 원곡보다 강하게 부르려는 시도도 아니다. 이 앨범의 핵심은 “더 잘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부르기 위해서” 선택한 재해석이다.

지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이유는 ‘꽃갈피’를 비교의 도구로 다루지 않았다. ‘왜 이 노래를 다시 불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방식으로 응답했다.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닌, 감정을 바꿔 부르는 도전에 가깝다. 익숙한 노래를 낯설게 만들 수 있는 가수는 흔하지 않다. 아이유는 이번에도 그 어려운 작업을 담담히 해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