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구원투수 등판이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속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얼어붙었다. 불황일수록 ‘재출시’ 열풍이 분다는 공식 아래 최근 식품·외식 업계 중심으로 과거 단종된 제품의 재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추억의 맛’을 앞세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이면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이 어려워진 업계의 속사정이 숨어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소비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에 화답하며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2종을 출시했다. 무려 90%가 재구매 의향이 있음을 밝힌 이 제품은 지난해 출시 후 11일 만에 누적 판매량 70만개를 훌쩍 뛰어넘은 스테디셀러다.
재출시 배경에 대해 관계자는 “오징어 버거는 꾸준히 재출시 요청을 받고 있는 롯데리아의 역작 중 하나로 소비자들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다시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판매량과 브랜드 충성심이 검증된 제품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30여년 만에 돌아온 제품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1990년대 중반 첫 출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은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 새콤달콤 딸기맛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제품 역시 단종된 뒤 200여건에 달하는 재출시 요청이 쏟아졌다.
서울우유도 ‘재출시 열풍’에 탑승했다. 1993년 출시된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2012년 단종됐지만, 소비자들의 뜨거운 요청에 힘입어 12년 만에 돌아왔다. 특히 기존 디자인과 병 모양은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익숙한 얼굴’인 만큼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는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제품의 재출시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제품 개발·연구부터 판촉까지 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출시에 대한 위험 부담이 적고 시장에서 실패할 확률 또한 낮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1990년 출시했다가 지난해 6월 단종된 비틀즈의 업그레이드 버전 제품인 ‘올 뉴 비틀즈’를, 농심은 1975년 첫 선보였지만 1990년 이후 자취를 감춘 ‘농심라면’을 내놓았다. 농심의 경우 창립 60주년 기념 일환이었는데, 출시 후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1000만봉 판매고를 올렸다.
3일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0%로 내다봤다. 고환율과 원가 부담, 소비 위축 등 ‘삼중고’ 속에서 업계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진출만으로는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젊은 층에게는 ‘새로움’을,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함’을 어필하며 내수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