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글로벌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소비자층을 자랑하지만, ‘한국살이’만큼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삼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지화에 실패하며 국내 라이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좀처럼 우위를 점하지 못해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해 4월 오픈한 인천 청라 직영점의 영업을 이달 1일부로 종료했다. 2023년 한국 진출 이후 첫 직영점 폐업 사례로, 불과 1년 만에 퇴장하며 ‘한국시장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전 세계 19개국에서 60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만큼 이른바 ‘믿고 먹는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그 명성이 무색하다.

특히 현지에서는 ‘가성비’ 이미지가 강한 반면, 국내에서는 현지 가격의 1.5~2배에 달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앞세운 전략이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과론적으로 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며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팀홀튼은 한국계 캐나다인이자 브랜드 앰버서더인 NCT 마크와 함께 시그니처 메뉴 ‘오리지널 아이스캡’을 1999원에 판매하는 파격 할인도 개시했다. 다만 할인 이벤트로 반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팀홀튼 관계자는 “팀홀튼만의 캐나다 오리지널리티와 특유의 감성을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인천 권역 내에서 보다 적합한 장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커피계의 애플’로 알려진 블루보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블루보틀은 지난 2019년 성수동 1호점을 시작으로 주요 상권에 매장을 잇따라 열며 입지를 넓혔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시장 진출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매출은 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정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9% 감소한 2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11억원에 달한다.

이에 ‘슬로우 커피’를 지향해온 블루보틀만의 경영철학이 깨졌다. 기존 핸드드립 방식이 아닌,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에 이어 쿠팡이츠에 입점했기 때문이다. 여느 커피 전문점처럼 커피를 15~20분 내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 차별화는 사라졌지만,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커피 시장에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수 맞춤형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트렌드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