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시작을 했으면 죽어야 끝나”라는 메인 포스터 속 문구가 과장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한 회차를 넘길수록 몇 명씩 죽어 나간다. 이처럼 액션을 앞세운 누아르 장르에 충실한 ‘광장’이지만 전개는 맹물이다. 복수극으로 시작했다 길을 잃었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조직을 떠났던 기준(소지섭 분)이 조직의 2인자였던 동생 기석(이준혁 분)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피의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엄청난 인기를 얻은 동명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다.
초반부 작품의 전개는 단순하다. 기준이 기석의 죽음에 얽힌 배후들을 따라가며 복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인공 기준은 많은 대사나 풍부한 감정선을 보여주지 않는다.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묵묵히 동생 기석의 복수를 이어간다.

소지섭은 건조한 얼굴로 핏빛 복수를 이어가는 기준을 연기했다. 180㎝이 넘는 장신의 키로 시원시원한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다. 특히 아킬레스건을 끊었다는 설정으로, 주먹 위주로 사용하는 묵직한 액션이 포인트다. 별다른 대사는 없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복수의 선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뿐인 동생 기석을 사랑하는 절절한 형제애가 와닿는다. 건조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슬픈 감정선이다.
기준의 액션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책정됐다. 그만큼 수위가 높다. 파괴감이 느껴지는 액션은 누아르 장르의 강점을 살리지만, 동시에 호불호를 일으킨다. 액션의 통쾌함을 넘어 일부 장면들은 지나치게 적나라한 탓에 불쾌감을 안겨서다.
또한 인물들이 가진 액션 밸런스도 어긋난다. 기준이 주인공임을 감안해도 타 캐릭터들과 힘의 차이가 너무 크다. 기준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빌런이 있는 반면, 기준은 거센 공격을 당한 뒤에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반격한다. 마치 좀비의 형상이다. 먼치킨(주인공이 극도로 가장 강한 설정)물임을 감안해도, 현실과 동떨어졌다.

후반부는 복수극의 길을 잃는다. 기준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급격히 부각한다. 숨겨놨던 인물이 떠오르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서사를 부여했다. 사실상 기석의 죽음과 상관없는 인물과 기준의 싸움은 의미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계속된 기준의 폭력이 동생의 복수에 대한 설득력보단 단순한 살육자의 인상만 준다. 또한 같은 시각, 다른 캐릭터들끼리도 싸움이 벌어지며 한 명씩 퇴장한다. 기준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가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캐릭터는 많지만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 했다. 주인공에 대한 초점도 흐려졌다. 얽히고설킨 관계를 설명하다 늘어지기만 했다. 후반부 밝혀지는 배후 역시 큰 반전을 안겨주지 못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답이다.
액션물의 생명은 속도감이다. ‘광장’은 빠르게 치고 나가는 전반부와 달리 중반부에 들어서며 급격히 힘을 잃는다. 탄탄한 액션과 달리 부실한 서사가 아쉬움을 안긴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