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합천=원성윤 기자] 봉황 장식이 달린 정문을 지나자 청와대 본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배산(背山) 지형까지 제법 그럴싸하다.

‘서울 청와대’가 아닌 경남 ‘합천 청와대’다. 합천영상테마파크에 청와대 세트장이 있다. 1992년 발간된 청와대 건설지의 내용과 사진을 참고로 실제 청와대를 68%로 축소해 지난 2015년에 건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겠단 방침을 밝히면서, 이곳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합천 청와대’는 지난 10년간 드라마와 영화 촬영 공간으로 활용됐다. 영화 ‘판도라’(2016) 드라마 ‘비밀의 숲’(2017) 등이 촬영됐다.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회견장 등 ‘서울 청와대’를 그대로 옮겨놨다.

청와대 세트장은 합천영상테마파크와 이웃해 있다.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세트장을 관람한 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걸 추천한다. 여름철에 20분 이상 걷기에는 꽤 힘들다. 내려올 때는 걸어서 분재 온실, 생태숲 체험장, 목재 문화체험장 등을 관람하고 걸어서 내려오는 것도 괜찮다.

영상테마파크에 들어서면 과거가 한눈에 펼쳐진다. 올해 상반기 히트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비롯해 ‘정년이’ ‘멜로무비’ 등 최근 히트작 모두 이곳에서 촬영했다. 조선총독부, 상해임시정부 등 한국 근현대사를 살펴볼 수도 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탈바꿈했다. 단순 세트장에서 벗어나 관람형 콘텐츠를 강화한 덕분이다. 가령 반도호텔은 앤틱한 가구와 소품을 활용해 관람객들이 직접 ‘합천네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계절별 특화 콘텐츠도 선보인다. 여름 야간 개장을 비롯해 8월에는 호러축제, 9월에는 몰입형 체험 콘텐츠 ‘라이브파크’ 등이 예고돼 있다.

해인사는 합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경북 성주군을 지나 가야산으로 들어서자 향긋한 풀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대장경테마파크 입구에서 해인사 통제소까지 약 6㎞(도보 2시간) 가량 이어지는 소리길 코스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절로 흥이 났다.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칠성대에서부터 신라하대 유학자 최치원이 바위에 앉아 시를 썼다는 완재암까지, 16경의 풍경은 가야산이 왜 영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지 이해가 갈만했다.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보지 않고 가면 섭섭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되는 해이다. 통풍의 원활, 방습의 효과, 실내 적정 온도의 유지, 판가(板架)의 진열 장치 등이 과학적인 선조의 지혜에 감탄만 나왔다. 이는 대장경판이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대장경테마파크는 대장경을 오감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천년관은 꼭 관람할 만하다. 둘레 50m, 높이 16m 원형 벽면을 활용해 360도 3D 랩핑 영상으로 살아 움직이는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다. 대장경 로드실·신비실·보존과학실 등을 통해 대장경의 이동-제작-보관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