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발성 요구되는 작품…정체성으로 개성이 중요

언어에 따라 구강 구조 달라…자신만의 표현 ‘1순위’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크로스오버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카이가 뮤지컬 ‘팬텀’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뮤지컬이지만 오페라색이 짙은 작품은 성악을 전공한 카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다.

카이는 12일 서울 강남구 빌딩숨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에릭(팬텀)’을 연기하면서 성악 발성이 주는 장점과 배우들의 정체성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다.

그가 현재 출연 중인 ‘팬텀’은 뮤지컬·오페라·발레가 융합된 특이한 장르의 작품이다. 특히 주요 인물들은 같은 곡이라도 넘버마다 뮤지컬-오페라의 발성을 시시각각 자연스럽게 오가야 한다. 성악에 익숙하지 않거나 노래에 자신 있지 않다면 배역에 도전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팝페라 가수로도 활동 중인 카이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각국의 언어에 따라 구강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작품의 특성에 맞게 개성화하면 배우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하다는 이유다.

카이는 ‘벨라 보체(Bella voce)’의 한 소절을 부리며 “미국-유럽의 언어에 쓰이는 신체적 기관이 한국어보다 앞으로 나와 있고 위로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영어는 비강을, 프랑스어는 공명감을 많이 써 발음 구조의 장점이 많다. 특별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성을 안 해도 기본적 장치들이 언어로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이론을 적절한 예시와 함께 설명을 이어갔다. 카이는 “우리는 밑으로 빠지는 말이 많다. 반면 외국엔 뒤에서 먹는 발음이 없다. 그래서 성악 발성을 배우지 않은 사람은 마이크 없이 노래하다 보면 뒤로 먹거나 빠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벨칸토(Bel canto) 발성이 앞으로 빠져나온다면 소리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추천했다.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한국 배우들과 외국 배우들의 차이점도 강조했다. 그는 “외국 뮤지컬 배우들은 특별히 팝 발성이 앞으로 모아져 나온다. 언어가 주는 자연스러운 현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성악 발성을 배우지 않은 팝 배우들이 뮤지컬 분야에 와서 고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팬텀’과 같이 뮤지컬-오페라의 두 발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노래에 대해서는 “한국어가 언어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성악 발성을 배우지 않았을 때 위기감에 봉착하기도 한다. ‘팬텀’은 오랫동안 좋아하고 배워온 성악에 적합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발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성악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카이는 서울대 대학원 성악과 석·박사 출신으로 현재 한세대 예술학부 교수로 미래의 예술가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팬텀’에는 어린 시절 상상과 꿈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상상적인 부분에서 특별한 작품”이라며 “극에는 ‘나는 오랫동안 수많은 오페라 가수를 지켜봐 왔다. 당신이 원하는 발성을 나만이 가르칠 수 있다’라는 대사가 있다. 하지만 배우마다 각자의 정체성으로 자신만의 표현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작품에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나로서의 감정과 노래, 카이로서 표출하는 것이 1순위다”고 강조했다.

문학적 감성과 뮤지컬의 화려함, 성악과 발레의 우아함까지 결합한 ‘팬텀’은 8월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