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욱 무섭다. 여기에 귀를 후벼파는 소음들이 공포심을 극대화시킨다. 제목처럼 영리하게 사운드를 활용한 ‘노이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노이즈’는 매일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던 여동생이 실종된 뒤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주영(이선빈 분)의 이야기를 담은 현실 공포 스릴러다.
작품은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동생 주희(한수아 분)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주희는 매일 소음을 내는 윗층으로 인해 점점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중 돌연 실종된다. 가장 안락해야 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주희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고통이다. ‘노이즈’는 ‘층간소음’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출발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노이즈’는 ‘소음’을 주제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주영을 후천적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해 신선함을 더했다. 주영은 주희가 느끼는 소음에 대한 고통을 보청기 없이 느끼지 못한다. 관객들은 주영의 보청기 장착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소음들을 함께 들으며 긴장감을 느낀다.
특히 보청기를 끈 채 휴대전화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외부 소음을 인지하는 주영의 장면은 어떤 배경음도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공포감을 안긴다. 주영과 마찬가지로 관객들의 귀에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순간, 주영의 핸드폰을 텍스트로 채우는 기괴한 음성과 그 흔적이 이유다.
여기에 칠판을 긁는듯한 각양각색의 ‘노이즈’가 관객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작품 속 주희가 느꼈을 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관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와 닿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 역시 ‘노이즈’에 시달리게 된다. 작품에서 소음은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주영이 동생 주희를 찾는 여정은 절대 순탄치 않다. 층간소음 피해자였던 주희는 오히려 의문의 아랫집 남자(류경수 분)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다. 주영은 실종된 동생과 이상한 아랫집 남자, 그리고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를 둘러싼 미스터리들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주영과 주희의 집인 604호에 얽힌 또 다른 잔혹사들이 드러나며 ‘노이즈’는 더욱 깊은 이야기로 빠진다.
문제는 연결고리다. 공포영화에선 모든 설정에 개연성을 넣기 쉽지 않다. 설정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붙을수록 공포심은 반감이 된다. ‘노이즈’ 역시 주인공이 겪는 미스터리하고도 기이한 현상들에게 정확한 원인과 결과값을 설정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이와 관련해 김수진 감독은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현실 기반의 스릴러에 초자연적인 공포까지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 밀착형 소재에 초자연적인 공포를 섞으며 개연성은 한층 더 부족해졌다. 결국 후반부에 들어서면 다수의 소재가 섞이며 찝찝한 물음표만을 남긴다. 중반부까지 열심히 쌓아올린 공포 서사가 아쉬울 뿐이다.
데뷔 이후 첫 공포물에 도전한 이선빈은 부족하지 않게 ‘노이즈’를 이끌어간다. 동생을 찾는 애틋한 자매애부터 아파트의 비밀을 알아가며 공포심에 질리는 모습까지 모든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둑이 터지듯 폭발하는 감정신들도 안정감 있게 소화했다. 새로운 ‘호러퀸’의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