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올해 상반기 극장가 최고 성적은 337만의 ‘야당’이다. 400만은 커녕, 350만 턱걸이도 힘들다. 하지만 하반기가 남아있다. 한국 영화,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 영화는 희망에 찼다. ‘파묘’와 ‘범죄도시4’가 잇따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의 부흥을 꿈꿨다.
그러나 올 상반기 성적표의 기준은 ‘300만’으로 축소됐다. 1위 ‘야당’이 337만, 2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334만, ‘미키 17’이 301만이었다. 300만 고지를 넘은 세 작품이 가까스로 ‘흥행’ 타이틀을 달았다.
톱3의 뒤를 이어 올해 개봉작 중 ‘히트맨2’(254만) ‘승부’(214만) ‘검은 수녀들’(167만)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그중 ‘검은 수녀들’은 개봉을 앞두고 160개국에 선판매되며 손익분기점이 낮아진 효과도 있다.

올 상반기 기대작은 단연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었다. 투자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에 따르면 ‘미키 17’ 순제작비는 1억1800만 달러(약 1698억원)였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 8000만 달러(약 1169억원)가 추가로 지출됐다. 이에 따라 티켓 매출 손익 분기점은 3억 달러(약 4385억원)였으나, 실제 매출은 약 1억4300만 달러(약 2090억원)에 그쳤다.
‘범죄도시’ 시리즈로 성공을 거둔 제작자 겸 배우 마동석의 또 다른 세계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비롯해 이혜영, 김성철 주연의 ‘파과’와 유해진, 이제훈 주연의 ‘소주전쟁’도 100만 고지를 넘지 못했다.

경쟁작 싸움이 치열했던 과거와 달리, OTT 플랫폼이 등장하며 극장가의 입지는 좁아졌다. 1년 중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극장가는 어느새 안방에서 즐기는 OTT 작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극장 경쟁력을 위해 스크린 개봉작이 타 플랫폼에 서비스 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홀드백’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가는 여름 시장의 부진, 연말 메가 히트작의 부재를 겪으며 극장 매출액이 1조1945억원, 전체 관객 수는 1억2313만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5.3%, 1.6%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극장 매출액 평균(1조8282억원), 전체 관객 수 평균(2억2098만 명)과 비교했을 때 각각 65.3%, 55.7%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잇따른 흥행 실패로 신작 제작 및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극장가에서도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등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관객들도 ‘볼 것 없는’ 극장 대신 안락한 OTT 안방극장으로 향하게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럼에도 한 줄기 빛이 남아있다. 하반기에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비롯해 여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또 다른 개봉 예정작 ‘정가네 목장’ ‘행복의 나라로’ ‘부활남’ ‘폭설’ ‘얼굴’ ‘열대야’ ‘파반느’ ‘만약에 우리’ 등이 출격 대기 중이다.
이제는 영화 규모와 라인업, 스타 감독만으로는 흥행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대다. 다만 단순한 흥행 공식은 ‘재밌으면 보고, 잘 만들면 본다’는 것이다. 과연 하반기 개봉작들이 고난을 헤치고 관객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