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제작발표회 때 사과 말씀을 못 드렸어요. 제가 ‘죄송하다’라고 말씀드리면 그 이야기 전개를 인정하게 되는 거라서요. 공개되고 이제야 말씀드립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박규영은 솔직했다.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직후 경석(이진욱 분)이 노을(박규영 분)과 핑크 가드 옷을 입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시즌2에서 총격을 입은 경석의 향방이 궁금했던 터라 대형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진 한 장이 갖는 파급력은 컸다. 사태를 인지하고 급히 지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박규영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저에 대해 지난 몇 달간 생각을 많이 했다.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배우로서 신중함에 대해 자책도 많이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 다시 한번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거듭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자책과 후회로 기쁜 시간을 갖지 못했다. 동시에 촬영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디즈니+ ‘나인퍼즐’이 각각 글로벌 1위에 올랐지만, 내색할 수가 없었다. 박규영은 “제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 사건 때문에 온전히 즐기진 못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직후 핑크가드 노을의 분량이 적다는 반응도 있었다. 박규영은 “등장인물이 매우 많다. 저는 핑크가드라는 일부분이기 때문에 분량 욕심은 없었다”면서 “많지 않은 신에서 제가 제대로 표현해야 서사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오히려 컸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결말에 대해 박규영은 “각자의 캐릭터가 각자 다른 선택을 했다. 대본을 알고 있었음에도 몇몇 장면에선 충격적이었다”며 “황동혁 감독이 시즌 2, 3로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펼친 이야기에 굉장히 놀랐다. 메시지가 명확했고, 전 스태프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현장은 더할 나위 없이 분위기가 좋았다. 혼란스러운 점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 ‘나인 퍼즐’에서 중저음 보이스를 곁들인 인상 깊은 연기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해외 프로모션에선 선보인 유창한 영어 실력 역시 관심을 모았다.

박규영은 “전 세계에 송출되는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외국인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고, 사랑을 넘은 강력한 팬심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한국 콘텐츠로 한국 배우가 글로벌로 송출되는 OTT에서 연기한다는 걸 비로소 물리적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올 하반기 공개가 예정된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징어 게임’에서 명기 역으로 주목받은 임시완과 함께 살인 청부 업계를 다룰 예정이다. 박규영은 “강렬한 액션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의 명기, 노을과는 다른 관계성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