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이민호는 ‘영포티’(젊게 사는 40대)를 꿈꾼다. 나이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자신만의 ‘추구미’를 찾겠다는 포부다.
영화 ‘강남 1970’에 이어 10년 만에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국내 스크린에 돌아온 이민호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30대가 넘어서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이민호는 “20대 땐 정서적인 해소나 깊은 이야기를 느끼고 싶을 때 극장에 갔다. 스스로 그 정도의 이야기하려면 서른이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속마음을 밝혔다.
이민호가 택한 작품은 ‘전독시’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판타지 액션 영화다.

이민호는 ‘전독시’에서 현 시대상을 발견했고, 이는 작품으로 이끈 동력이 됐다. 그는 “현 사회의 방향성이 가고 있는 지점과 작품 속 이야기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점점 개인화되고, 고립화되는 시대로 가고 있는데 결국 사람들끼리 위로받지 않냐. 함께할 때 빛난다는 메시지가 끌렸다”고 말했다.
‘전독시’의 원작 웹소설은 누적 조회수 3억뷰 이상을 기록한 인기작이다. 대형 IP를 보유하고 있는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민호는 “원작 팬들의 기대감을 완벽히 해소해드릴 순 없지만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민호가 연기한 유중혁은 원작에서 절세 미남으로 묘사된다. 비주얼부터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민호 역시 “그 부분이 제일 허들이었다. 등장과 함께 ‘나 주인공이야’ 이런 느낌이 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제가 지금까지 다른 역을 연기했는데도 ‘멋있는 거만 하네’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 속 유중혁의 서사가 많지 않다. 서사가 배제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민호는 유중혁을 소설 속 멸망해가는 세계관을 대변하는 인물로 해석했다. 이민호는 “김병우 감독님께도 ‘모든 순간 처절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야 이 세계관의 진정성을 대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불친절한 서사 속 유중혁만이 가진 아픔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이민호는 인물의 가려진 서사와 작품 속 역할까지 짚어냈다.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06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쌓아온 내공 덕분이다.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뒤 ‘시티헌터’ ‘상속자들’ ‘더 킹: 영원의 군주’ ‘파친코’ 등에 출연하며 톱배우가 됐다.
지난 시간을 복기하던 이민호는 “20대 때 행복한 길을 걸어왔지만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다시 채워나가는 시기다. 저에게 지금 가장 큰 키워드는 ‘초기화’”라며 “한 번도 그때의 감정에 도취돼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20대의 이민호는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탄탄대로를 걷던 이민호는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을 ‘안정적인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30대가 돼서야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 이민호는 “안정적인 ‘척’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지금도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1987년생인 이민호는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이민호는 “‘영포티’라는 말이 있지 않냐. 얼마 안 남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나이를 먹으며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건 싫다. 사회적 기준인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