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다’로 배우 데뷔

‘레플레하’ 탭댄스 대신 프리스타일 댄스로 유혹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댄서로서 전 세계 팬덤을 구축한 아이키(36·본명 강혜인)가 뮤지컬 배우로서 관객들 앞에 섰다.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작품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로 뮤지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키는 31일 서울 강남구 빌딩 숨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뮤지컬 ‘프리다’에서 그의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을 소개했다.

뮤지컬 ‘프리다’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멕시코의 화가이자 혁명가였던 프리다 칼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가 남긴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라는 메시지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났던 프리다의 환희와 열정을 펼쳐낸다.

극 중 아이키는 극 중 극의 ‘더 라스트 나이트 쇼’의 진행자로, ‘프리다’의 연인이자 분신이었던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하는 ‘레플레하’ 역을 맡았다. 그는 무대 위에서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폭발적인 노래와 ‘레플레하’ 트레이드 마크인 격렬한 춤을 선보여야 한다.

작품에서 ‘레플레하’를 대변하는 많은 요소 중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탭댄스다. ‘프리다’를 유혹하기 위해 현란한 발재간을 부리는 바람둥이 ‘디에고’의 모습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커튼콜을 연상케 하는 관객들의 환호가 터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순간을 위해 아이키는 자신만의 주 무기를 장착한 프리댄스로 관객석을 열광케 한다.

댄서로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아이키지만, 작품이 가진 고유의 색깔이 있기에 이 틀을 함부로 깰 수 없다. 또 함께 ‘레플레하’ 역을 연기하고 있는 전수미와 장은아는 ‘프리다’의 살아있는 역사이기에 모든 부분에서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아이키는 “사실 전수미 선배님의 공연을 보면서 너무 멋있어서 부담감이 컸다. 어떻게 저 정도의 에너지와 전달력을 줄 수 있을지, 나에게는 큰 과제였다. 동시에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줬다”며 “가장 마지막 리허설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플레하’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많은 이의 응원과 격려가 뒷받침됐다. 아이키는 “추정화 연출님과 허수현 조연출님, 김병진 안무감독님이 (무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줬다. 이 부분이 댄서와 다르다고 느꼈다”며 “지금까지 안무를 직접 짜고 혼자 표현해왔다면, 여긴 각자 위치에서 ‘디에고’를 위해 또 배우를 위해 함께 만들어 나간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병진 안무감독님이 ‘아이키를 하나로 담기엔 다양한 것을 가지고 있다. 여러 스타일을 ‘디에고’ 스타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도 ‘디에고’에 맞게 라틴음악을 바탕으로 메탈과 록을 접목한 폭발적인 리듬으로 제작해줬다. 나 역시 넘버 ‘허밍 버드(Humming Bird)’ 안무에 직접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여러 명의 조력자 덕분에 아이키는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장기를 맘껏 뽐내며 색다른 ‘레플레하’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는 “나만의 짧은 순간이기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프리스타일에 다양한 스트리트 댄스 장르를 녹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시도는 ‘레플레하’를 아이키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이기심이 아니다. 아이키는 “전수미 선배님과 다르게 가지만, 선배님만의 색깔을 존중해야지만 내 것을 자신 있게 뽐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간중간 애드리브가 있다. 무대 연출과 조명의 합에 맞아야 하기에, 기존 안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13명이 펼치는 불꽃 같은 열정의 무대 ‘프리다’는 오는 9월7일까지 서울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