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오라카이송도=김동영 기자] ‘끝판대장’의 시간이 끝났다. 삼성 오승환(43)이 은퇴를 택했다. 한국야구 역사상 이런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또 나올까 싶다. 오승환 스스로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KBO리그 통산 427세이브, 일본프로야구(NPB) 80세이브, 메이저리그(ML) 42세이브 등 총 549세이브 올린 투수다. ‘독보적’이다. 이런 오승환이 떠난다.

오승환은 “치열한 순위 싸움 와중에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 싶다. 아직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아직 와닿지는 않는다. 선수로서 복을 많이 받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오승환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 처리하기로 했다.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네 번째. 투수로는 최초다. 마침 오승환은 선수로 21년 뛰고 은퇴한다.

그는 “21번이라는 숫자를 다시 생각해보니, 삼성 구단, 팬들 덕분에 뜻깊은 숫자가 됐다. 삼성 최초의 투수 영구결번이다.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 원클럽맨이다. 좋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자부심 갖고 있다.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팬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도 삼성이어서 가능했다”며 팀에 고마움을 전했다.

현역 의사가 강했다. 은퇴 결정이 갑작스러운 면도 있다. 오승환은 “내가 은퇴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올해 몸에 조금씩 이상을 느꼈다. 그때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내가 먼저 구단에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은퇴한다고 하니 연락도 많이 받았단다. “이대호, 김태균, 최형우 등 연락이 많이 왔다. 1982년생, WBC 멤버 중 내가 마지막이더라. 좋은 얘기 많이 들었다. 은퇴 후 진로는, 구단과 사장님, 단장님과 의논해 결정하겠다. 제2의 인생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야구인 오승환’을 물었다. “‘저런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상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나를 목표로, 내 기록을 목표로 삼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후배가 많다. 내 기록을 깰 선수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힘든 순간 얘기도 꺼냈다. 올해 초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이 자리를 못 보시는 게 기분이 좀 그렇다. 경기 마지고 언제나 첫 번째로 연락을 주신 분이 어머니다. 안 계신다. 내게는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힘들었다.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며 울컥했다.

자신의 야구 인생을 점수로 환산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으로 치면, 21점 만점에 21점 주고 싶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20점을 주고 싶다. 나머지 1점은 내 인생에서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은퇴를 선언했지만, 아직은 엄연히 선수다. 통산 549세이브 투수. ‘550’이라는 숫자가 아른거린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직 공 놓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던지고 싶다. 549세이브보다는 550세이브가 낫지 않나 생각은 하고 있다”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