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토종 OTT 1세대 왓챠(WATCHA)의 위기다.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지만, 이번에는 생사의 기로에 섰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7부(부장판사 이영남)는 지난 4일 왓챠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왓챠는 구조조정과 채무 조정을 추진하게 됐다. 법률상 관리인은 박태훈 왓챠 대표가 선임됐다.
왓챠는 내달 1일까지 회생담보권자와 주주 목록을 제출한 뒤 같은달 2~22일까지 회생채권, 회생담보권, 주식을 서울회생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이어 권리조사 기간인 다음달 23일부터 오는 10월 22일까지 법원의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2026년 1월 7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왓챠는 지난 2016년 넷플릭스와 동시에 출격했다. 넷플릭스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OTT인 반면, 왓챠는 한국에서 출발한 토종 OTT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와 영화 등을 제작하며 빠르게 글로벌 성장력을 구축해나갔다. 반면 왓챠는 국내 시장을 주 무대로 활동하며 독립·단편 영화 등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였다.
그러나 오리지널 시리즈의 부재와 경쟁 OTT 플랫폼에 밀리며 2020년부터 수익이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공시가 기준 왓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875억원이다. 모바일 인덱스 기준 왓챠의 구독자도 전성기인 2022년 2월 133만명에서 올해 5월 47만명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반등의 순간도 있었다. 지난 2022년 2월 선보인 시리즈 ‘시맨틱 에러’ 덕분이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맨틱 에러’는 BL(Boys Love) 장르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왓챠는 전년 대비 구독자수 3배 이상을 끌어올렸다. 또한 시즌4까지 제작된 ‘좋좋소’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되며 의미를 남겼다.
다만 이들만으로 왓챠를 구하긴 역부족이었다. 계속된 적자로 인해 지난 2022년 경영권 매각설이 불거졌다. 왓챠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단행해왔으나 이번 위기를 피할 순 없었다.
왓챠는 시네필에겐 사막의 오아시스다. 상영 플랫폼을 찾기 어려운 독립, 단편 영화들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구독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 제작자에게도 하나의 창구가 되는 셈이다.
회생절차와 관련해 왓챠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왓챠의 서비스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와 같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연 국내 1세대 OTT 플랫폼 왓챠가 또 한번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