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트라이아웃부터 2025년 사연까지
작품 중심인물로서 부담…배우 ‘최고참’으로서 책임
시즌 통틀어 만족도 ‘최상’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김소향이 무대 위에서 천재 과학자 ‘마리 퀴리’로 환생했다. 작품의 시작 단계부터 중심인물로서 출연했던 그가 이번 시즌에서 보여줄 매력적인 무대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김소향은 7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정식 네 번째 시즌 무대에 오르는 소감과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전했다.
‘마리 퀴리’는 역사상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리 퀴리’의 삶을 그린다. 2017년 제2회 글로벌 뮤지컬 라이브에 대본이 선정, 관객들 앞에 섰다. 이후 2021년 제5회 한국뮤지컬 어워즈 대상·프로듀서상·극본상·작가상·연출상 5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극 중 김소향은 여성이자 이민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난에서도 빛나는 업적을 이뤄낸 ‘마리 스클로도프스키 퀴리’ 역을 연기하고 있다.

김소향과 ‘마리 퀴리’는 인연이 깊다. 2023년 삼연을 제외하고 2018년 트라이아웃부터 이번 사연까지 주인공 ‘마리 퀴리’로서 작품 중심에 서 있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연기와 감미로운 목소리 속 풍부한 성량으로 ‘다시 살아 돌아온 마뤼 퀴리’로 불리며 작품 흥행에 일조하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난 ‘마리 퀴리’ 김소향은 “지난 시즌(삼연) 당시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원 캐스트로 공연하고 있어서 작품에 참여하지 못해 섭섭했다. 그래서 ‘마리 퀴리’ 팝업 스토어와 공연장을 쫓아다니며 그리움을 달랬다”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마리 퀴리’와 창작 뮤지컬의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김소향은 “창작 작품에 내 이름을 새긴다는 건 ‘마리 퀴리’가 리튬을 발견하면서 이름을 새긴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 이른 아침 폭발한 에너지부터 훈훈한 배우자까지…행복지수 ‘최고’
이번 시즌에는 김소향과 ‘안느 코발’ 역 이봄솔이를 제외하면 주요 인물들이 모두 새로운 얼굴들로 바뀌었다. ‘마리 퀴리’ 역 박혜나·김려원, ‘피에르 퀴리’ 역 테이·차윤해, ‘안느 코발스카’ 역 전민지·강혜인, ‘루벤 뒤퐁’ 역 박시원·강태을이 새롭게 합류했다.
누구보다 ‘마리 퀴리’와 많은 시간을 보낸 김소향은 여유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는 “배우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또 도움이 될까에 대해 고민했다.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돌아왔을 때 늘 기대하면서 부담감이 큰 이유”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김소향이 팀 내 ‘왕고’다. 배우들 사이에서 ‘맏이’로서 후배들이 새로운 작품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서포트해야 하는 역할도 맡았다. 김소향은 “극장이 커지고 동생 배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분들에게 많은 영감과 용기를 주는 대선배로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연습 과정을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재밌게 공연을 준비했다는 김소향은 “첫 번째는 ‘직공(앙상블)’ 역 배우들이 노래를 정말 잘한다. 매일 오전 10시 30분에 음악 연습을 했는데, 이른 시간에도 모든 배우가 노래를 정말 잘해서 놀랐다. 이들을 보면서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살아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김소향을 행복하게 하는 또 하나는 ‘피에르 퀴리’ 역의 두 배우 덕분이다. 그는 “정말 잘 생겼다. 키도 정말 크다. 실력까지 뛰어나,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훈훈하다”고 수줍게 얘기했다.
‘피에르 퀴리’를 연기하고 있는 테이와 차윤해의 뛰어난 비주얼과 자연스러운 매너는 작품의 흐름까지 바꿀 정도였다. 김소향은 “김태형 연출이 없는 장면을 만들자고 배우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마지막 신에서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가 키스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건의했다. ‘피에르 퀴리’ 역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실제로 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한다”라면서도 답변의 마지막엔 “이전 배우들이 이렇지 않았던 건 절대 아니다”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든든한 배우들과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김소향은 “달달한 장면들이 생기다 보니, 과학자인 ‘마리 퀴리’가 로맨스에 빠진 것처럼 낭만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 기쁘다”면서 “‘마리 퀴리’의 명성에 걸맞게 그의 삶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과학자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녀를 떠나 인물이 살아가는 여정과 성장 과정에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역대급 캐스팅 라인업으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예고한 ‘마리 퀴리’는 오는 10월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