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 기자] 유럽 진출 무산 그 후. 전진우(전북 현대)는 팀의 우승만 바라보고 간다.

전진우는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 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웨스트브로미치 앨비언을 비롯한 복수 구단이 전진우 영입을 위해 움직였다.

러브콜에도 전진우는 전북에 잔류했다. 4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전북 입장에서는 에이스를 쉽게 내줄 수 없었다. 대체자를 찾기엔 시기적으로 어려웠고, 전북이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도 나오지 않았다. 대승적 차원에서 이적을 허락하기엔 모든 상황이 여의찮았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전진우는 속앓이를 했다. 겨울에 다시 제안이 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마냥 흔쾌히 잔류하기 어려웠다. 선수 입장에선 당연히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반기에 펄펄 날았던 전진우의 득점 시계가 12골에서 멈췄다. 무려 6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전북 거스 포옛 감독도 “전진우가 유럽의 관심에 흔들렸던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라며 전진우의 상황을 이해했다.

2개월의 침묵을 깨고 전진우는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K리그1 26라운드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2-0으로 앞선 후반 37분 이영재의 침투 패스를 받아 득점하며 전북의 3-0 승리 및 22경기 무패(17승 5무) 행진을 이끌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전진우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전북의 입장, 상황도 있지만 나도 정신적으로 너무 많이 힘들었다. 대표팀에 가서 아팠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라면서 “인생에서 그런 기회가 또 올지 알 수 없다.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적이 무산되어 심리적으로 흔들렸다는 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여전히 전진우의 마음 한구석에는 유럽 진출을 향한 열망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팀을 위해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감독님의 믿음이 컸다. 동료들도 좋은 말을 많이 하며 일으켜 세워줬다. 나도 욕심은 접어두고 팀의 승리, 우승을 위해서만 뛸 생각이다. 꿈을 생각하기보다 팀을 위해 뛴다는 생각만 하려고 한다.”

답답했던 마음은 7경기 만의 득점을 통해 뚫렸다. 전진우는 “이제 아예 골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팀에 도움이 되게 열심히 뛰자는 마음뿐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기회가 와서 골을 넣고 대승해 기쁘다. 좋은 패스를 넣어 준 영재형에게 고맙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전진우는 13골로 득점 1위를 달린다. 독주 중인 전북의 우승도 유력하다. 팀이 왕좌에 오른다면 MVP는 전진우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진출 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커리어다. 그런데도 그는 “유럽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 힘들었던 것처럼 개인 타이틀을 생각하다 안 되면 더 힘들 수도 있다. 지금은 한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라면서 평정심 유지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