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창원=김민규 기자] “도발 아닌, 간절함이었다.”

NC 신민혁(26)이 ‘오해의 포효’로 촉발된 벤치클리어링 헤프닝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빠른 사과로 사태를 마무리한 신민혁. 무엇보다 그는 삭발까지 감행한 간절함으로, 부진을 털어내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16일 창원NC파크, 한화와의 경기 6회초. 신민혁은 앞선 이닝에서 노시환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았지만 5회말 득점으로 다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황이었다. 볼카운트 2B 2S에서 체인지업으로 하주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순간, 뜨거운 포효가 터져 나왔다.

문제는 그 뒤였다. 포효 직후 등을 돌린 신민혁은 몰랐지만, 하주석은 이를 도발로 받아들인 듯 마운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야, 야!”를 외치며 달려드는 하주석 앞을 NC 주장 박민우가 재빨리 막아섰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신민혁은 당황한 표정으로 모자를 벗어 사과했고, 벤치클리어링은 큰 충돌 없이 빠르게 종료됐다.

경기 후 만난 신민혁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소리를 냈다. 나도 모르게 포효가 터졌을 뿐, 결코 타자를 자극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라며 “뒤돌아섰을 때 상황이 벌어져 있었고, 바로 사과했다. 오해를 불러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근 계속 부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다. 7일 키움전에서 6이닝 9실점(8자책)으로 무너진 게 너무 사무쳐서 삭발까지 했다”며 “처음 던진다는 각오로 올라섰다. 오늘 조금은 풀렸지만, 아직 부족하다. 다음 등판에서 꼭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민혁의 삭발투혼은 이미 더그아웃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호준 감독은 “(신)민혁이가 머리를 밀고 와서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고 하더라. 삭발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뭔가 달라지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늘 완벽하진 않았지만 분명 반등의 계기를 만든 투구였다. 앞으로 더 기대한다”고 신뢰를 보냈다.

신민혁은 이날 6이닝 5안타(1홈런) 3사사구 3삼진 4실점으로 역투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비록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최근 후반기 4경기 평균자책점 8.05의 부진을 끊어내는 값진 투구였다. KBO 역대 70번째이자 개인 첫 5년 연속 100이닝 달성 기록도 곁들였다.

그는 “(기록은) 전혀 몰랐다. 그냥 하다 보니 그런 기록을 세웠다는 걸 알게 됐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믿어주신 덕분”이라며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힘줘 말했다.

벤치클리어링의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남은 것은 신민혁의 진심 어린 포효와 반등 의지다. 삭발로 다잡은 각오처럼, 그의 눈빛은 이제 다시 팀 선발진의 중심을 향하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