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양=박연준 기자] ‘미생(未生)’. 프로 진입을 꿈꾸는 이들에게 흔히 붙는 이름이다. 미완의 선수들이다. 잠재 가치를 스카우트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준비된 절박함은 보이지 않았고,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장면이 속출했다. 스카우트들도 “뽑을 선수가 마땅치 않다”고 평가한 이유다.

18일 고양 국가대표 야구장에서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투수 8명, 타자 11명 등 총 19명이 참가했다. 투타 겸업부터 아직 성인이 안 된 선수들을 포함해, 독립리그 선수, 해외 유턴파, 비선출까지. 배경이 다양한 선수들이 참가했다.

타자들은 타격 테스트를 시작으로 수비, 주루 테스트를 받았다. 투수의 경우에는 1인당 30구씩 마운드에서 불펜 투구를 진행했다. 체감온도 36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프로 관계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다들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본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차가웠다. 뽑을 만한 선수는 한정되어 있다는 평가다. A 구단 관계자는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 예년에는 홈런으로 눈길을 끄는 선수도 있었는데, 올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부 선수를 빼면 볼 만한 자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단순 ‘실력 부족’ 문제가 아니다. ‘테스트에 임하는 자세’가 부족했다. 타격 테스트에서 일부 선수는 포수 파울플라이와 헛스윙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하나 같이 화려한 손목 보호대나 액세서리를 착용했다. 자신을 스카우트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행동이 아닌 ‘겉멋’이 든 것처럼 느껴졌다.

더구나 ‘미생’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야구장에서 뛰어다니는 것은 ‘기본’인데, 이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B 구단 스카우트 역시 “방출 선수들을 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운 날씨 탓을 할 수는 없다. 자세와 태도가 갖춰졌는지 의문스럽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뽑을 선수가 정말 적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었다. 불꽃야구, 독립리그 화성 코리요에서 뛰는 강동우, 2023년 ML 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지명을 받았던 신우열은 눈길을 끌었다. 타격 테스트에서 가장 질 좋은 타구를 생산했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절박함’이 딱히 보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트라이아웃은 절박한 선수들의 ‘도전의 장’이다. 프로 문턱에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붙잡기 위한 무대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는 공허함이 앞섰다. 예년과 비교해 ‘임팩트’를 남긴 참가자가 부족했다. 무색무취한 모습이 많았다. 그만큼 프로의 꿈을 노크하기엔 이들의 준비가 덜 된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