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KBO리그가 2년 연속 ‘대형 홈런’을 날렸다. 야구의 날인 23일, 역대 두 번째 10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최소 경기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 많은 종목으로 일상에 스며들었다.

유의미한 ‘기록’ 뒤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법. 이처럼 야구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평균 관중 1만7187명에 전체 좌석 점유율 82.9%를 자랑하는 높은 ‘직관(직접 관람)률’이 눈에 띈다.

야구장을 방문하면 사뭇 달라진 풍경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과 응원봉 등 이른바 ‘직관 필수템’으로 두른 야구팬들로 북적인다. 저마다 개성을 살린 ‘야구템’으로 무장한 젊은 여성들이 시선을 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일상 속 MZ세대는 특히나 트렌드에 민감하다. 이들에게 유니폼과 각종 야구 액세서리는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는 창구로 작용한다. 키링, 그립톡, 휴대폰 케이스 등 실용성 높은 굿즈들은 물론, 유니폼 리폼을 통해 일상룩으로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야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각 구단은 팬들과 접점을 늘리기 시작했다. 미니 팬사인회부터 화보집, 단종된 크보빵, 팝업스토어까지 흔히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즐길 수 있던 요소들이 야구계를 물들였다. 실제로 KIA 김도영은 올해 3월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화보집을 출시했다. 마치 아이돌 굿즈처럼 사진·인터뷰·비하인드컷을 담아낸 게 특징이다.

아이돌 문화와 같은 결로 인기 선수의 ‘아이돌화’가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 아이돌 인기의 척도라고 꼽히는 포토카드까지 야구판에 등장했다. 포토카드는 단순 소장 가치를 넘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야구장에서 랜덤으로 포토카드를 뽑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 또한 여성 팬들을 야구로 유입시키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최근 인기 아이돌 티켓값이 기본 15만원부터 시작해 20만원을 웃돌아 논란이 일었다. 키움 홈구장인 고척돔은 아이돌 콘서트가 자주 개최된다. 직접 비교가 된다. 키움 팬인 20대 여성은 “저렴한 값에 노래와 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며 “비용 부담이 적어 심리적으로 만족도가 높고 응원 문화도 즐겁다”고 밝혔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종합선물세트’인 것.

야구장이 MZ세대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된 이유에는 MZ 소비 키워드 ‘가심비’도 존재한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물가 시대인 만큼 소비 심리 위축되기 마련. 타 문화 활동에 비해 저렴한 티켓값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삼성 팬이라고 밝힌 30대 커플은 “야구 보면서 데이트를 즐긴다”며 “원정 경기도 자주 간다. 숙박비와 교통비 등 20만원이 넘지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5개 구단이 이미 100만 관중 고지를 밟았다. MZ세대의 여가생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야구 열풍’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새로운 문화로 완벽하게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