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삼성 이병헌(26)이 통산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만년 조연에서 어엿한 주연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삼성은 지난 23일 키움전에서 12-8로 승리를 거뒀다. 선발 이승현이 4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하며 흔들렸지만, 불펜진의 릴레이 호투와 타선이 맹타를 휘두른 덕분이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이른바 ‘경산 라이온즈’ 멤버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이병헌은 차세대 주전급 포수다. 제물포고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2018년 고교야구 포수 랭킹에서는 김도환과 함께 1,2위를 다툰 유망주다. 삼성 역시 김재성과 더불어 ‘안방마님’ 강민호를 잇는 포수로 키워왔다.
그러나 강민호의 벽은 높았다. 기회가 없지는 않았는데,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 삼성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꽤 오랜 시간 1군과 2군을 오갔다.

한번 조연이라고 계속 조연에 머무르라는 법은 없다. 지난 키움과 주말 시리즈에 선발 출장한 이병헌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22일 팀이 2-1로 앞선 2회 좌익수 방면으로 흐르는 적시 2루타를 만들어낸 데 이어 3루까지 진루하며 추가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진 4회에서도 하영민의 1구째를 타격해 좌전 2루타를 뽑아내 남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이날 이병헌은 2안타 1타점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전날 경기는 멀티히트로 장식하더니, 23일에는 통산 첫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4-5로 뒤진 5회 나온 역전포이자 3안타 5타점 활약이다. 선수 개인에게도 의미 깊은 기록이지만, 5강 진입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만큼 더욱 값진 한 방이다. 팀이 필요로 한 순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이병헌이 착실히 주전급 포수로 성장해준다면 삼성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소식이다. 마스크를 마땅히 바꿔 쓸 자원이 없어 불혹의 나이인 강민호에게 휴식을 쉽사리 부여할 수 없었기 때문. 시즌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이병헌의 주전급 퍼포먼스는 분명 큰 수확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25일 현재 삼성은 58승2무59패, 승률 0.496으로 리그 7위다. 3위 SSG와 2경기 차, 공동 4위 롯데·KT는 1경기 차, 6위 NC는 0.5경기 차인 만큼 이병헌의 성장이 팀의 막판 질주와 맞물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