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과연 구원투수는 불을 끌 수 있을까. 이영애가 KBS 미니시리즈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소재는 마약을 손에 쥔 가정주부다. 동료는 김영광과 박용우다. KBS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이영애는 추락을 거듭하다 못해 바닥에 곤두박질친 KBS 드라마국을 살려낼 수 있을까.

이영애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세인트 호텔에서 열린 KBS2 토일 미니시리즈 ‘은수 좋은 날’ 제작발표회에서 “제 역할이 가정주부다.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직업이라서 편안하게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애의 복귀작, 요즘 폼이 특별하게 좋은 김영광, 늘 안정적인 박용우가 출연한다는 점으로 기대가 되긴 하지만, 플랫폼이 KBS다. KBS 미니시리즈는 2년간 5.0% 시청률을 넘긴 작품이 없다. 마동석이 나선 ‘트웰브’도 2.4%에 그쳤다.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작품은 이순재 주연의 ‘개소리’(4.6%)다. 수년째 지속되는 실패 탓에 KBS는 국내 지상파·케이블·OTT 등 굴지의 플랫폼 중 최약체로 꼽힌다.

모든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들은 ‘은수 좋은날’에 참여한 이유로 대본을 꼽았다. 이 드라마는 가족을 지키고 싶은 학부모 강은수(이영애 분)와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클럽 MD로 사는 이경(김영광 분)이 우연히 얻은 마약 가방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영애는 “‘은수 좋은 날’은 작품이 재밌고 대본부터 완성도가 높았다”며 “KBS에서 가장 밀어주는 드라마기도 하고, 하반기에 여러분께서 집중도 있게 관심 갖고 보실 수 있는 작품일 것 같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저의 새로운 도전을 믿으셔도 좋다”고 말했다.

박용우는 “보자마자 연기하고 싶은 마음을 주는 대본은 많지 않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은수 좋은 날’은 몇 년 만에 연기 욕구를 건드렸다. 흔하고 뻔한 걸 특별하게 묘사했다. 어려운 지점인데 대본이 그런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광은 이영애를 꼽았다. 김영광은 “이영애 선배님과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라며 “목소리가 정말 좋다. 목소리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감탄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남편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경제 파산을 맞닥뜨린 은수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친절한 금자씨’ ‘봄날은 간다’ ‘구경이’ ‘마에스트로’까지 대부분 사연이 깊어 보이는 여성을 연기했다. 이번엔 다소 촌스럽기도 하고 평범한 얼굴을 그린다. 어쩌면 이영애의 변신이다.

이영애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점점 변해가는 심리가 재밌었다. 그걸 중점적으로 봤으면 한다. 은수가 위험한 일탈을 하는데, ‘마약’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떠나 우리가 진짜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깨닫게끔 만든다”고 말했다.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