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 걷는 KBO리그 LG-LoL 젠지

젠지, 한화생명 꺾고 2년 만에 LCK 우승

오스틴-룰러, LG와 젠지의 두 ‘해결사’

‘LG vs 한화’ 스토리, 가을까지 이어진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LG와 젠지가 동시에 웃을 수 있을까.

LG전자가 후원하는 젠지가 2년 만에 LCK 왕좌를 탈환했다. 프로야구 LG도 한국시리즈(KS) 우승을 노린다. 야구와 e스포츠, 두 무대에서 동시에 벌어진 ‘LG vs 한화’ 구도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웃은 건 젠지다. 젠지는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1·2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기세를 올린 젠지는 3세트를 내줬으나 4세트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신 삼성 갤럭시 시절을 포함해 통산 6번째, 젠지 창단 이후로는 다섯 번째 LCK 제패다.

이날 결승전 MVP는 ‘룰러’ 박재혁(27)이 차지했다. 그는 1세트 이즈리얼·2세트 카이사·4세트 자야로 활약하며 젠지 ‘공격의 핵’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4세트 바론 스틸 장면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꾼 명장면으로 꼽힌다. MVP 선정 후 눈물을 보인 박재혁은 “부담감이 컸지만 끝내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KBO리그에서도 LG와 한화의 ‘1위 싸움’이 뜨거웠다. LG는 후반기 ‘미친 페이스’로 승률 0.875(14승2패)를 찍으며 선두를 탈환했다. 한때 5.5경기 뒤졌던 격차를 뒤집은 후 지금은 2위 한화와 승차를 다시 3.5경기까지 벌렸다. 27일 한화전 승리로 매직넘버를 ‘1’까지 줄였다. 언제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순간을 일찌감치 만든 셈이다.

LG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복덩이’ 오스틴 딘(32)이다. 그는 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 LG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타자로 꼽힌다. 후반기 타율 0.397,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으로 타격감이 절정이다. 4번 타자 문보경이 부진으로 휴식에 들어간 상황에서 오스틴이 그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LG를 이끌고 있다.

젠지의 우승 뒤에는 ‘룰러’의 날카로운 딜이 있었고, LG의 정규시즌 질주는 오스틴의 뜨거운 방망이가 중심에 있다. ‘룰러’는 바론 스틸과 한타 킬 캐리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오스틴은 팀의 부족한 장타력을 보완하며 승부처마다 홈런으로 응답했다. 두 사람 모두 팀이 가장 필요할 때 ‘해결사’로 나섰다는 점에서 닮았다.

젠지는 이제 LCK 1번 시드로 오는 10월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 ‘2025 LoL 월드챔피언십(월즈)’에 나선다. 월즈에서 한화생명과 다시 맞붙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여기에 LG와 한화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재격돌할 확률이 높다.

더 흥미로운 건 야구를 넘어 e스포츠까지 이어지는 ‘LG vs 한화’의 평행 스토리라인이다. LG전자 후원팀 젠지는 이미 한화생명을 꺾고 2년 만에 LCK 왕좌를 되찾았다. LG도 2023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야구와 e스포츠를 아우르는 이 기묘한 평행선이 ‘어게인 2023’으로 완성될 수 있을 지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