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고현정으로 주목받더니, 고현정만 남았다. SBS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이다.
최근 종영한 ‘사마귀’는 방영 전부터 대중의 기대가 컸던 드라마다. ‘믿고 보는 배우’ 고현정의 복귀작인 데다가, 고현정이 2018년 ‘리턴’ 이후 7년 만에 SBS로 돌아온 작품이었다. 여기에 영화 ‘화차’로 유명한 변영주 감독의 두 번째 드라마 연출작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대중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고 시청률 7.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전작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의 최고 기록 6.8%는 넘어섰으나, 당초 작품에 쏠린 관심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였다.
고현정의 존재감만 재확인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연쇄살인마 정이신을 연기한 고현정은 광기와 모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섬뜩한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눈빛부터 표정까지, 고현정의 전작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연쇄살인마에게 완벽하게 녹아들며 ‘사마귀’의 무게 중심을 장악했다.

문제는 주변 인물들이 고현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미했다는 점이다. 특히 아들 차수열을 맡은 장동윤은 고현정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차이가 도드라졌다. 감정 표현의 과잉을 지적받으며 장동윤의 연기력을 두고 시청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다만, 애당초 차수열이 장동윤 홀로 감당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인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쇄살인마가 나의 엄마”라는 역설적인 설정은 단순히 장동윤의 연기력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캐릭터는 감정의 개연성을 이끌어갈 치밀한 극본, 고뇌와 변화를 극적으로 표현해줄 연출이 하나로 맞아떨어져야만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차수열의 내면 성장이 눈에 띌 만큼 부각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장동윤의 연기보다는 극본과 연출이 차수열의 서사를 매끄럽게 살려내지 못한 탓이 크다. 극 안에서 고현정의 아우라가 유난히 강조된 것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제작진이 다른 인물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연쇄살인마의 행위에 부여된 서사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앞서 변영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가 범죄자인 주인공을 잘 보이게 하고 싶어서 지지하는 것을 티내는 순간, 보시는 분들은 역겨워하실 것”이라며 “우리는 정이신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지받아야 되는 주인공은 아들인 차수열”이라고 덧붙였는데, 변영주 감독의 바람처럼 시청자들에게 ‘사마귀’가 받아들였을지, 종영한 지금에 와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roku@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