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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며 나아가는 것이다. 다시 길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
동명 인기웹툰이 원작인 tvN 금토극 ‘미생’(未生·완전히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바둑용어)이 완생을 꿈꾸는 수많은 미생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열린 결말로 종영했다. 마지막회인 지난 20일 방송은 자체 최고인 평균 시청률 8.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최고 시청률 10.3%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자 10대와 30대, 여자 20대, 30대 시청층에서 지상파 포함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였다. ‘미생’은 기존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깨고 공감의 힘으로 폭넓은 시청층에게 사랑받으며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마지막회에선 장그래(임시완 분)가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지만 원인터내셔널을 떠난 오차장(이성민)이 새로 차린 회사에 영업 3팀이 다시 뭉쳐 ‘완생’을 향해 나아가며 새로운 길을 걷는 모습을 그렸다. 신드롬을 일으킨 ‘미생’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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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원작 뛰어넘는 진한 여운. 드라마 흥행공식 다시 썼다
‘미생’은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단순히 원작을 따라가는데 그치지 않고 원작을 넘어서는 진한 감동을 남겼다. 바둑기사를 꿈꿨던 장그래가 프로입단 실패 후 종합무역상사 원인터내셔널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매회 우리 시대 ‘을’을 상징하는 장그래의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했다. 뽀글이 머리의 김대리(김대명), 5대 5 가르마의 한석율(변요한) 등 원작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원작과는 다른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적절히 변주해 더욱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안영이(강소라)가 원작에선 드라마처럼 부서 남자 선배들에게 심한 남녀차별을 당하지도 않았고, 1화 장그래와 인턴 사원들이 오징어 젓갈통에서 꼴뚜기를 찾거나 , 마지막회 장그래의 요르단 추격신 등은 원작에는 없던 장면이었다.
첫회에서 프롤로그로 등장했던 요르단 장면이 에필로그로 이어지며 완생으로 나아가는 한층 성장한 장그래의 모습을 통해 가슴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장그래가 오차장에게 “차장님 저 홀려보세요. 저 홀려서 잡아보세요. 차장님의 뭘 팔 수 있어요?”라는 질문으로 두 사람의 첫 만남때 오차장이 장그래에게 한 말을 되받아치는 장면이 ‘미생’ 최고의 1분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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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비결은 ‘공감’의 힘
‘미생’에는 지상파 드라마의 흥행공식인 ‘막장’ 코드와 러브라인, 화려한 스타 캐스팅의 3가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현실보다 더욱 실감나는 직장내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로 20~40대 직장인은 물론, 10대부터 50~60대 장년층 시청자들까지 끌어안았다.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재벌이나 전문직 등 ‘잘 나가는’ 비현실적인 인물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들이 나와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샀다.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온다’는 식의 어설픈 위로나 힐링을 전하는 게 아니어서 더욱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극 중 장백기(강하늘)와 안영이(강소라)가 잠시 썸을 타는 듯한 느낌을 줬지만 로맨스 대신 직장내 직장인의 이야기가 주축이 됐다. 어느 직장에나 있을 법한 계약직, 대리, 과장, 차장, 전무 등 직급에 따른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과 직장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겨워하는 워킹맘, 남녀차별, 성희롱, 사내 정치 등이 촘촘히 맞물려 ‘내 이야기’나 ‘우리 이야기’로 다가왔다. ‘미생’의 연출자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현실의 자신을 보는 듯한 외로움에 대한 연민과 위로”를 ‘미생’의 인기비결로 꼽은 바 있다. 직장인을 통해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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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재발견
‘미생’은 탄탄한 원작,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흥행을 일궜다. 특히 주·조연 할 것 없이 배역에 맞춤형으로 캐스팅한 배우들이 널리 얼굴을 알렸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뭉친 신입사원 4인방인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변요한을 비롯해 ‘오차장’ 이성민, ‘김대리’ 김대명 등 영업 3팀 동료들은 물론 ‘박대리’ 최귀화와 박과장 역의 김희원은 짧은 출연에도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신스틸러’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생’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한석율’ 변요한과 김대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독립영화계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한 변요한은 원작과 일치하는 외모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초반 깐죽거리는 밉상에서 장그래에게 애틋한 동기애를 드러내는 인물로 성장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광고계와 드라마 및 영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3월 주연 영화 ‘소셜포비아’(홍석재 감독)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극배우 출신인 김대명도 이동통신사, 온라인 쇼핑몰 등의 광고를 찍는 등 9년간의 무명생활을 마감했다. 올해 영화 ‘방황하는 칼날’ ,‘표적’, ‘역린’에서 감초연기를 펼친 그는 20인 1역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뷰티 인 사이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새해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tvN은 ‘미생’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는 26~27일 제작 히스토리를 담은 ‘나는 아직…미생’ 2부작에 이어 내년 1월2~3일엔 ‘미생’ 주역들과 함께 하는 ‘현장토크쇼 택시’를 방송한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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