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도시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시간, 제네시스 G90의 실내를 가득 채운 건 더 위켄드(The Weeknd)의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였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울려 퍼지는 80년대 풍의 강렬한 신시사이저 비트는, 칠흑 같은 어둠과 하나가 된 G90 블랙을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밤의 무대를 지배하는 주인공으로 완벽하게 변모시켰다.

“I’m blinded by the lights”(빛에 눈이 멀었다).

도시의 존재감을 빨아들였다. 가사는 마치 G90 그 자체를 위한 독백처럼 들렸다. 밤의 가장 깊은 곳을 그대로 머금은 비크 블랙(Vik Black) 차체였다. 스스로 발광하는 두 줄의 엠엘에이(MLA, Micro Lens Array) 헤드램프와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파라볼릭 라인(Parabolic Line) 위에서 네온사인은 부서지지 않았다. 마치 검은 캔버스 위를 흐르는 한 줄기 물감처럼 선명한 궤적을 남겼다. 단순한 빛의 반사가 아니었다. 어둠을 지배하기에 허락된 G90 블랙만의 우아한 카리스마였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분리된 절대적인 고요함. 이는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ctive Road Noise Control)’이 빚어낸 마법이었다. 격렬한 비트가 귓가를 때리지만, 외부의 혼돈은 차창 너머의 무성 영화일 뿐이었다. 이 완벽한 정숙성 속에서 3.5 가솔린 터보 엔진의 힘을 깨웠다. ‘블라인딩 라이츠’의 질주와는 달리, G90의 가속은 모든 것을 발아래에 둔 지배자의 여유로운 행보였다. 폭발적인 힘이 느껴지지만, 엔진음은 한없이 부드럽고 세련됐다.

운전석에 앉으면 G90이 운전자와 맺는 교감이 얼마나 깊은지 깨닫게 된다. 길게 뻗은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으로 모든 정보를 전달했다. 실내를 은은하게 감싸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음악의 비트에 맞춰 미세하게 색을 바꿨다. 이는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여백의 미’ 철학의 연장선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오직 주행과 감각의 본질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공간. 화려한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한, 나만을 위한 첨단 조종석에 앉아있는 듯한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노래의 속도감에 맞춰 차선을 넘나들 때, 검은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세단은 놀랍도록 민첩하게 반응했다. 능동형 후륜 조향 시스템은 마치 리듬을 타는 댄서처럼 차체를 정교하게 제어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어떤 노면의 변수도 허용하지 않았다.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승차감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와 리얼 우드가 선사하는 안락함 속에서 느끼는 이 역동성은 G90만이 선사할 수 있는 이질적인 매력의 정점이다.

이러한 경험은 G90이 단순한 기계가 아닌, 제네시스 브랜드 10년의 여정이 빚어낸 결정체임을 느끼게 했다. 과거 독일 3사의 문법을 따라가던 시대는 끝났다. G90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현이다.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과 능동형 기술 속에 한국 특유의 섬세한 미학과 손님을 대하는 극진한 철학을 녹여냈다. 이 차는 단순한 ‘잘 만든 차’를 넘어, 한국적 럭셔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네시스의 확고한 대답이다.

G90과 함께한 2박3일 간의 시간은, 이 차가 단순히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플래그십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것은 현란한 빛과 격정적인 리듬마저도 자신의 우아함 속으로 완벽하게 녹여냈다. 도시의 밤을 한 편의 장엄한 교향곡으로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의 경험이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