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글로벌 벼락스타가 탄생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무명의 작곡가 이재, 이제는 전 세계 누구나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의 주인공이 됐다.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의 변화다.

더할 나위 없는 금의환향이다. 모두가 축복하는 가수로 돌아왔다. 2025년을 넘어 올타임으로 견줘봐도 뒤지지 않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을 부른 장본인이다. 전 세계 모든 가수가 그의 고음을 따라했다. 감동을 넘어 전율이 흐른다.

이재는 1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실감이 안 난다. 스케줄도 바빠서 소화할 시간도 없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2개월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작곡가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사랑을 받아서 낯설고 적응하는 중”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처음엔 가이드 가수였다. 다른 가수들의 레퍼런스로 삼기 위해 불렀는데, 워낙 소화력이 좋아 원곡 가수가 됐다. 한국계 미국인 이재에겐 ‘케데헌’이 특별한 의미로 남을 수밖에 없다. K팝은 물론 한국문화 전반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이방인으로 감당해왔던 편견과 경계의 시선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는 “정말 자랑스럽다. ‘케데헌’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것 때문이었다. 내가 어릴 때 미국 친구들이 한국을 잘 몰랐다. 그때마다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매기 강 감독님과 스튜디오에서도 무조건 한국어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어를 후렴에 넣는 게 중요했다. 다들 후렴만 기억하지 않나. 지금 너무 뿌듯하다. 지금 미국에 싱어롱 관을 가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 정말 뿌듯하다”고 웃었다.

세상의 도전자였던 이재는 도전받는 입장이 됐다. 대중에게 인정받은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이재의 ‘골든’을 따라불렀다. 바다, 흰, 마마무 솔라, 다비치 이해리 등 최상급 가창력을 가진 가수 모두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음을 쫓았다. 극 중 이재가 맡은 루미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다 결국에 불러내는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하는데, 이재에게도 커다란 도전이었다.

이재는 “감독님이 일부러 고음을 넣어달라고 했다. 현실적이지 않은 걸 보여 달라고 했다”며 “저도 루미와 공감되는 게 많았다. 루미도 노래를 부르다가 안 나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걸 의도적으로 표현했다. 저도 제 범위가 아닌데 챌린지처럼 한 거다. 노래를 만들 때도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골든’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국내외 음악 차트를 휩쓸었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7주 연속 1위이자, 비연속으로 통산 8주 1위를 차지했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도 정상을 꿰차면서 빌보드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를 동시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적을 기반해 아카데미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 골든글로브 등 미국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재는 “내가 1위라니, 들을 때마다 새롭다. 실감이 안 난다.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마음밖에 없다. 열심히 한 만큼 보답을 받는구나 싶은 마음이다. 그래미상 트로피를 정말 받고 싶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