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세, 강습 타구에 맞아도 호투 ‘투혼’

5이닝 5안타 2볼넷 9삼진 1실점

속구 비중↓, 체인지업·커브·커터 ↑

“다음에 만나면 다르다”던 자신감 현실로

[스포츠서울 | 대전=김민규 기자] 강습 타구에 맞고도 ‘씩씩’ 그 자체다. ‘문제없다’는 것을 호투로 증명했다. 말 그대로 ‘무적 폰세’가 돌아왔다.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31)가 한국시리즈(KS) 티켓이 걸린 운명의 5차전에서 진정한 ‘슈퍼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폰세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플레이오프(PO) 삼성과 5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2-1로 앞선 3회초, 삼성의 ‘홈런왕’ 르윈 디아즈가 폰세의 6구째 커터를 강하게 받아쳤다. 피할 틈도 없이 폰세의 왼쪽 가슴을 강타한 타구였다. 이 순간, 경기장은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한화 벤치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폰세는 쓰러지지 않았다. 통증을 참고 오른쪽으로 떨어진 공을 잡아 1루로 정확히 송구했다. 아웃카운트를 올린 뒤 특유의 미소로 더그아웃을 향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디아즈 역시 곧장 다가와 폰세를 포옹했다. 두 선수의 훈훈한 장면에 대전구장은 박수로 가득 찼다.

‘진짜 에이스’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2사 2루의 실점 위기에서 김영웅을 고의 4구로 내보내며 승부를 피했고, 이어 김태훈을 초구 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냉정한 판단과 담대한 위기관리가 돋보였다.

1차전과 달랐다. 투구 내용은 완벽에 가까웠다. 앞서 1차전에서 폰세는 6이닝 6실점(5자책)으로 체면을 구겼다. 삼성 타선이 속구에 대비하자, 그는 이날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1차전에서 속구 비중이 52.3%였다. 이날은 36.6%다. 특히 1~3회만 보면 33.9%가 된다. 대신 체인지업과 커브, 커터를 메인 무기로 삼았다.

결과는 5이닝 5안타 2볼넷 9삼진 1실점이다. 매서운 삼성 타선을 꽁꽁 묶은 폰세는 6회초 마운드를 라이언 와이스에 건네주고 당당하게 내려왔다.

삼성 타자들은 타이밍을 잃었다. 구자욱은 커브 헛스윙 삼진, 강민호는 포심 3개로 삼진을 당했다. 홈런을 맞았던 김태훈은 체인지업 3개로 삼진이다. “다음에 만나면 다르다”던 폰세의 말은 예언처럼 현실이 됐다.

강습타구를 맞고도, 아웃카운트를 잡고,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화 더그아웃에선 “역시 에이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폰세는 ‘마지막 경기니까 모든 걸 쏟아붓는’ 진짜 투수였다.

이날 그의 투구는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한화 팬들은 ‘폰세 모드’라 외친다. 맞아도, 막고도, 다시 던지는 무적의 투혼이 대전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