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진정한 의미…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

따뜻한 위로와 감동 속 함박웃음

영혼을 갈아 넣은 신들린 퍼포먼스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가을을 건너뛴 것같이 추운 날씨에 한 공연이 관객들의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사랑과 가족의 진정성과 존재 의미를 전하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코미디의 신’으로 불리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으로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음악을 입혀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아내와의 갈등으로 이혼하면서 양육권을 잃은 철없는 아빠 ‘다니엘’이 자녀들과 함께하기 위해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하는 이야기다.

3년 만의 귀환을 알린 이번 무대에는 ▲‘다니엘/다웃파이어’ 역 황정민·정성화·정성훈 ▲‘미란다’ 역 박혜나·린아 ▲‘스튜어트’ 역 이지훈·김다현 ▲‘완다’ 역 하은섬·윤사봉 ▲‘프랭크’ 역 임기홍·최호중 ▲‘안드레’ 역 이경욱·서동진 ▲‘리디아’ 역 김태희·설가은 ▲‘크리스’ 역 김세인·최지훈·잭 ▲‘나탈리’ 역 김채민·차유은·김채윤 ▲‘미스터 졸리’ 역 지혜근·원종환 등이 출연한다.

◇ 웃음과 눈물 공존…감수성 폭발하는 신선한 충격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명작인 이유는 단순히 감동적인 드라마여서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붕괴되고 있는 가족 공동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 이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뜻밖의 불행이지만, 누구도 감히 끊을 수 없는 ‘연결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깊은 이해와 책임으로 이어진 따뜻하면서도 명확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에는 자유와 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한 가정의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의미를 전하면서도 사랑은 모든 이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한다.

‘다니엘’은 “사랑이 있는 한, 가족들은 하나로 묶여 있다”라고 강조한다. 가족이란, 마음으로 하나로 묶여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아니더라도 삼촌, 할아버지, 양부모라도 마음 하나로 사랑한다면 이것이 바로 ‘가족’라고 설명한다.

◇ 단 ‘8초’라면 쌉가능!…분장에 이은 현란한 퍼포먼스

또 하나의 감동 포인트는 웃음이다. 공연 시작 전 오케스트라가 서로 음을 맞추는 소리까지 방구소리로 들릴 정도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속도전이다. 영혼을 갈아 넣은 특수분장부터 퀵체인지까지 ‘8초의 마법’이 무대 위에서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다니엘’이 ‘다웃파이어’로의 변신은 단 8초 만에 이루어진다. 매회 20여 차례 실시간 의상을 바꿔 입어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배우들의 애드리브와 현란한 춤사위는 박수갈채를 끌어낸다. ‘다니엘’ 역의 배우들이 공연에 앞서 ‘목’이 아닌 ‘몸’을 푼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냥 ‘재밌다’라기보다 ‘감동적이다’라는 감탄이 터진다.

쉴틈 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은 관객들의 건강까지 생각한 박수를 유발한다. 신나는 음악들과 유행어까지 적절하게 섞은 대사로 한바탕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쇼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탭댄스와 브레이킹 댄스, 힙합, 디스코에 루프 머신을 직접 다루며 폭주하는 즉흥 랩이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 배우들이 맛있게 말아주는 175분…멈출 줄 모르는 웃음소리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행복을 전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들은 연기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연기를 위해 각자의 모든 재능을 뿜어낸다.

특히 ‘다니엘’에서 ‘다웃파이어’로, 또 ‘유모’에서 ‘아빠’로 퀵체인지하는 장면이 가장 볼거리다. ‘다니엘/다웃파이어’ 역을 맡은 황정민·정성화·정상훈은 남자에서 여자로 실시간 변신한다. 이를 위해 라이프캐스팅 기법을 활용했다. 배우별 석고상을 제작해 할머니 얼굴로 모델링했고, 실리콘 몰드 제작을 거쳐 실리콘 마스크를 만들었다. 여기에 색을 입혀 코팅 과정까지 마쳤다. 자신을 빼닮은 ‘다웃파이어’ 마스크를 통해 생동감 있는 웃음을 더한다.

캐릭터가 변신할 때마다 웃음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배우들은 곤욕이라고 한다. ‘배둘레헴 할머니’ 분장을 위해 커다란 복대를 차고 있기 때문에 화장실을 못 간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가족 뮤지컬과 비교해 아역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가족의 중재자가 된 어른스러운 첫째 ‘리디아’ 역의 김태희와 설가은은 ‘What the hell’을 포함해 총 6곡을 부른다. 2021년 DIMF 뮤지컬스타 대상에 빛나는 김태희와 뮤지컬 ‘긴긴밤’과 ‘마틸다’ 등에서 이름을 알린 설가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또 재밌는 아빠가 최고인 장난꾸러기 둘째 ‘크리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는 커튼콜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다.

막강 창작진과 배우들과 함께 3년 만에 더 화끈하게 돌아온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오는 12월7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