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선수 죽이지 말라”
김경문 감독 ‘외침’, 김서현 ‘응답’
달감독 믿음의 야구 결국 통했다
“우린 김서현이 잘해야 이긴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한화 김경문(67) 감독이 결국 자신의 철학을 증명했다. 믿음은 때로 무모해 보인다. 끝내 선수를 살리고 팀의 운명을 바꾸는 ‘힘’이 되기도 한다.
2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3차전, 한화의 7-3 역전승 뒤엔 ‘김경문의 믿음’과 ‘김서현의 눈물’이 있었다. 시리즈 전적 2패로 벼랑 끝에 서 있던 한화. 이날 승리투수는 21살 마무리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8회초 1사 1·3루 위기에서 등판해 폭투로 1점을 내줬지만, 오스틴 딘과 김현수를 잇달아 잡으며 무너질 듯한 경기를 붙잡았다. 9회 무실점으로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한 장면이 김서현을, 그리고 한화의 KS를 다시 세웠다.

김서현의 가을은 악몽이었다. 정규시즌 선두 LG를 위협하며, 우승까지 바라봤던 한화. 무엇보다 중요했던 지난 1일 정규시즌 SSG전에서 연속 투런 홈런을 허용, 역전패 당했다. LG 우승-한화 2위 확정 순간이다. 삼성과 플레이오프(PO)에서도 1이닝을 채 버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경문 감독은 “결과만 보고 선수를 죽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의 야구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경문 야구의 출발점은 언제나 ‘믿음’이다.
사실 단기전은 냉정하다. 한 번의 실수가 시리즈의 향방을 바꾸는 무대에서 ‘믿음’은 자칫 모험이 될 수도 있다. 1-2로 한 점 뒤진 상황에서 김서현을 냈다. 누가 봐도 위험해 보였다. 폭투로 점수도 줬다.

그러나 김 감독의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선수도 살고, 팀도 구했다. 김서현이 막았기에 8회말 한화의 6득점 역전극도 나왔다.
김 감독은 “내 경험으로는 선수는 작은 자신감 차이가 크다. 오늘을 계기로 (김)서현이가 자신감을 찾길 바란다”며 끝까지 신뢰를 보냈다.
9회를 마친 뒤 김서현은 두 팔을 번쩍 들고 포효했다. 벤치로 돌아와 인터뷰를 기다리던 자리에서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그동안 쌓였던 부담, 비난, 두려움이 한순간에 흘러내렸다. 김서현이 우는 것을 본 팬들은 “괜찮다. 울지말라”고 외쳤다.

김 감독의 신뢰는 결국 ‘선수를 살리는 야구’다. 폭풍을 지나 다시 웃은 김서현. 끝까지 믿어준 김경문. 두 사람의 서사가 한화의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야구는 결과의 스포츠지만, 김경문 감독은 과정을 잊지 않는다. 그의 철학은 냉정한 데이터 위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김서현이 울며 이겨낸 밤, 김경문 야구의 본질이 드러났다. 그건 ‘뚝심’이 아니라, ‘사람을 믿는 용기’다. raining99@sportsseoul.com

